정부가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분리, 소년체전 폐지를 비롯한 엘리트 체육 구조의 개선 등을 대책으로 제시한 가운데 체육계를 대표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조급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31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올해 두 번째 이사회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현안과 관련된 체육계의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업무를 주관하는 KOC를 대한체육회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대한체육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심을 끌었다.
이기흥 회장은 "이사진의 말씀은 너무 조급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논의를 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하지만 함부로 분리하고 폐지하는 것은, 먼저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면 그때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보자고 정리했다"며 체육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체육회와 KOC의 분리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조직의 이원화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 문제는 체육인들의 의견을 모아서 한번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기흥 회장은 엘리트 체육 중심의 선수 육성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문체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체육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 부분은 양론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많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공론화 과정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또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수장이 성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지금은 산적한 현안 해결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한다. 당장 거취를 정할 때는 아니다"라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신임 체육회 사무총장과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장의 임명을 또 한 차례 연기했다.
체육회 이사진은 두 요직의 인선을 이기흥 회장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이기흥 회장은 "지금 절차는 거의 다 끝났다. 마지막으로 조율할 부분이 남았다. 내부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머잖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