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30일 "외야수 이용규, 최진행과 FA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우완 송은범 역시 연봉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용규는 2+1년 총액 26억 원에 사인했다. 계약금 2억 원, 연봉과 옵션 4억 원씩이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은 최진행은 1+1년 연봉 2억 원, 올해 옵션 1억 원 등 최대 5억 원 규모다. 송은범도 연봉 2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5년 전 한화를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용규는 2013시즌 뒤 한화와 4년 67억 원에 첫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32억 원에 연봉 7억 원, 4년 옵션 7억 원이었다.
당초 이용규는 지난 2017시즌 뒤 FA 자격을 다시 얻었지만 포기했다. 그해 부상으로 57경기 타율 2할6푼3리 12타점 31득점 10도루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018시즌 부활을 알린 뒤 또 다시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도전했다.
지난해 성적은 나쁘진 않았다. 이용규는 134경기 타율 2할9푼3리 1홈런 36타점 82득점 30도루를 기록했다. 다만 3할5푼 안팎의 고타율에 4할 2, 3푼의 출루율, 96득점 이상을 찍은 2015, 2016년에는 못 미쳤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년 보장에 1년 옵션 계약을 맺은 게 그렇다. 보장 연봉도 지난해 4억 원에서 동결됐다. 다만 옵션이 연봉과 같은 4억 원으로 책정됐다. 구단 입장에서는 상당한 안전 장치를 마련한 셈이고, 선수는 옵션을 달성하기 위해 더 분발해야 한다.
정근우와 이용규 모두 계약 기간과 규모에서 첫 FA 때보다 대폭 줄었다. 총액만 따져도 절반 이하다. 2013시즌부터 수년 동안 대대적으로 FA를 끌어모았던 한화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송은범도 마찬가지다. 2014시즌 뒤 송은범은 한화와 4년 34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4년 32억 원, 3년 21억5000만 원에 계약한 삼성 출신 권혁, 배영수와 함께 이적했다.
그러나 송은범은 지난해 연봉 4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이 깎인 2억5000만 원 연봉에 사인했다. 지난해 송은범은 7승4패 1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50으로 활약했지만 앞선 3년 동안 4승 24패 5세이브 2홀드에 머물렀다.
권혁은 구단의 세대 교체 방침에 따라 2군 스프링캠프행을 듣고 방출을 요청했다. 배영수는 한화와 결별해 연봉 4억 원 삭감을 받아들여 1억 원에 두산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성적은 투자만큼 나지 않았다. 수백억 원을 쏟아부었고, 김응용(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과 김성근 감독 등 우승 청부사들을 데려왔지만 가을야구는 끝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김성근 감독이 2017시즌 도중 진통 끝에 물러나기도 했다.
그런 한화는 지난해 한용덕 감독이 취임하면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박종훈 단장과 함께 세대 교체에 힘썼고, 혹사 논란이 일던 투수진에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팀이 달라졌다. 화려한 경력의 외인 대신 효율성을 높인 것도 한몫을 했다.
돈을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정근우, 이용규를 비롯해 최진행, 송광민(2년 최대 16억 원) 등의 계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박 단장은 취임 초부터 "반짝 성적이 아닌 장기적인 상위권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무분별한 FA 쇼핑 끝에 값진 교훈을 얻은 한화의 달라진 기조가 올해도 결실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