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미스 함무라비'에서 호기심 때문에 본드 사러 들어가는 학생 역으로 짧게 출연했던 이유진은 같은 해 'SKY 캐슬' 우수한 역에 캐스팅되며 '갑자기 유명해졌다'. 우선, 캐슬의 귀염둥이 수한이로만 알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저는 우선 (웃음) 열여섯 이유진이고요. 좋아하는 거는 동물 좋아하고요. 먹는 거 좋아해요. 건강에 안 좋은 거요! (웃음) 구체적으로는 햄버거, 라면, 피자요. 치킨은 사실을 좋아하지 않아요. 양식을 많이 좋아해요. 치즈도 좋아하고요."
유진이라는 이름은 어느 성별의 이름이어도 어색하지 않고 영어(Eugene)로도 쓸 수 있다. 어떤 뜻이냐고 묻자 함께 온 어머니가 "영어와 한국어 모두 쓸 수 있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며 "잘 태어났다, 고상하다는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23.216%(닐슨코리아, 유료방송 전국 가구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송 중인 'SKY 캐슬'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을까. 캐스팅 디렉터의 부름으로 인연이 시작됐다. 드라마에서 원하는 캐릭터의 나이대에 맞는 아역 배우들의 프로필을 둘러본 후 오디션에 부르는 방식이란다.
이유진뿐 아니라 김혜윤, 김보라, 김동희, 조병규, 찬희, 이지원 등 'SKY 캐슬'의 '아이들' 역시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역 오디션 경쟁률이 200대 1에 이르렀다는 소식은 오랫동안 회자됐다.
사실 이유진은 이날 오디션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통 오디션에 가면 현장에서 연기할 대본을 주기 때문에 30분 전에 도착해야 했는데, 10분 전에 와서 급히 대본을 볼 수밖에 없었다. 오디션 때 긴장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긴장이요? 10분 전에 가서 긴장할 틈이 없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막히는 차 안에서도 간절히 기도했다.
이유진은 강남에 건물 여러 채를 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란 다소 호들갑스러운 성격을 가진 진진희(오나라 분)와 엄마와 아내에게 꼼짝 못 하는 주남대 정형외과 교수 우양우(조재윤 분)의 아들 우수한 역을 연기했다. 우수한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는지 물었다.
"맨 처음에는 마냥 바보 같고 그냥 순한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점점 더 보니까 순하고 바보 같은 애가 아니라 자기 뜻과 자기 생각이 있는데 애가 착하니까 누가 무슨 얘기 하면 그냥 그걸 듣는 거였어요. 생각이 있지만 남의 말을 많이 따르는 거죠. 예빈이가 편의점에서 도둑질하자고 했을 때 '하지 않겠다'는 제 뜻이 있었지만 같이 한 거죠."
이유진은 수한이가 워낙 순수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정작 자기도 부모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한 엄마의 말을 어긴 것, 거짓말을 한 것을 너무 큰 죄라고 생각해서 혼자 고민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쑥스럽게 털어놨다.
극중에서 가장 자주 붙어있는 사이로 나온 강예빈(이지원 분)은 애늙은이 같은 면이 강했다. 대개 시니컬했고, 그 기센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에게도 말로는 밀리지 않았다. 같은 중학생이지만 엄마 품에 안긴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우수한과는 결이 다른 캐릭터였다.
이유진은 부모와의 관계 사이에서 형성된 극중 우수한의 성격까지 가늠하고 있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예빈이랑 같이 공부하는 장면이 있는데 앞에 대사가 잘렸다. 그때 대사가 뭐였냐면 '내가 레벨 업 테스트 통과하면 아빠가 좋아하시겠지?'였다. 공부할 때도 부모님이 좋아하는지를 먼저 생각할 만큼 부모님 존재가 큰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 수한이는요. 엄마랑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는 걸 알거든요. 근데 서운해하는 거예요. 너무너무. 엄마가 딱 봐도 대놓고 커피잔에만 잘해주고 수한이한테는 뭐라고 하잖아요. 60점짜리라고 하는 대사도 보통 아이들은, 실제 저만 해도 '죄송해요'라고 하죠. 근데 수한이는 60점짜리에 커피잔이라는 말을 정말 진심으로 받아들이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진짜 나를 안 사랑하는가 보다, 하고요. 그래서 가출하고 엄마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엄마 마음(수한이에게 공부하라고 채근하는 것)이 그것만은 아닌데…"
극중 엄마 아빠로 나오는 오나라와 조재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유진은 "어, 정말 가족처럼 대해주셨다. 조재윤 배우님은 '아들~' 이러면서 오셨다. 오나라 배우님께서도 되게 따뜻하시고 옆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연기할 때 어려운 게 있으면 많이 알려주셨다"고 밝혔다.
극중 서준(김동희 분)-기준(조병규 분) 준준 형제하고도 친하게 지냈다. 이유진은 "서준이 형, 기준이 형하고 친하다. 그냥 얘기하고, 맨날 껴안고 있는다. 많이 놀아주신다"며 웃었다.
이유진은 본인의 인기를 실감할까.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요. 낯선데도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이어도 저를) 안 알아보시는 것보다는 알아보시는 게 훨씬 더 낫다고 봐요." (웃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