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김 지사가 법정구속된 당일 오후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다.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라는 짧막한 입장만 밝혔다.
◇ 청와대 당혹…일각에서는 특별한 입장 없는게 또다른 유감 표명
다만 당혹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김 지사에게 법정구속형이 떨어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후 브리핑을 전격 취소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 자체가 1심 판결에 대한 '또다른 형식'의 유감 표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차기 대선 잠룡(潛龍)군으로 평가받는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수행팀장을 맡아 근접 보좌했고, 2017년 대선 때는 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문재인 캠프 내외곽에서 소통 역할을 자임했다.
대선 과정에서 돌출된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에 대해 적극 나서 방어했고, 각종 대선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문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 1심 판결에 대해 구체적인 유감 표명을 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신뢰를 강조해 온 과거 언행과 모순된다는 내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라 전체로 봐도, 한 인생으로 봐도 가슴 아픈 일"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문 대통령 역시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일본이 거세게 항의할 때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삼권 분립이 확고하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적이 있어, 이번 김 지사 1심 판결에 구체적인 유감 표명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 수사·판결 가이드라인 논란도 부담된 듯
문 대통령은 김 지사 1심 판결 직후 노영민 비서실장이 선고 결과를 보고하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김의겸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서울지방경찰청이 '드루킹' 김동원씨의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하고, 트루킹 일당 3명을 체포하는 등 수사의 칼날이 김 지사를 향해 정조준될 때도 극도로 언급을 삼갔다.
청와대는 같은 해 8월 허익범 특검팀이 김 지사를 소환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1심 판결도 마찬가지로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최종심을 앞두고 청와대가 구체적인 '유감표명'을 할 경우, 자유한국당 등 야권으로부터 '판결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는 거센 항의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특감반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김 수사관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의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야권으로부터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셈'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 설 밥상 민심 앞두고 대형 악재…집권 3년차 최대 위기
김 지사에 대한 법정구속 1심 판결이 설연휴를 며칠 앞두고 내려졌다는 점도 청와대에서는 고민이다.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경제정책 운용의 방향을 선회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제고에 방점을 찍은 현재 상황에서 '댓글조작' 유죄에 따른 여야 정치권 공방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개입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자유하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 "김 지사의 '진짜 배후'를 밝혀야 한다. 불법 여론 조작사건에 '관용'과 '성역'은 있을 수 없다"(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 등 야권의 공세가 매섭다.
야권이 김 지사에 대한 '댓글조작' 1심 판결을 지난 대통령선거 정당성 문제로 확대하고,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민심 이반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설을 맞아 온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는 '설 밥상'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연상시키는 '대선 정당성' 논의로 비화할 지에 청와대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면서도 "시점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