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배구협회는 지난 25일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새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최종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마무리단계인 만큼 많은 배구팬에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의 부임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도전이 무산된 한국은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을 목표로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 시발점이 바로 라바리니 감독의 선임이다.
다만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만 이끌지 않는다.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브라질리그 미나스 테니스 클럽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동시에 이끈다. 임기 역시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까지로,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 경우 계약은 올림픽까지 연장된다.
배구협회는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 외국인 체력 트레이너까지 영입해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경험한 국내 지도자는 하나같이 외국인 감독의 선임만으로 대표팀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은 깨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감독의 선임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다.
과거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던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기로 한 결정은 배구협회가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감독은 “한국은 수비 배구지만 세계의 흐름은 공격 배구다. 새로 올 감독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공격 배구를) 대표팀에 이식할 수 있을지, 선수들이 적응할 것인지 관건”이라며 “외국인 감독이 부임 후 짧은 시간 안에 다 할 수 없다. 그래서 코치진의 역할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에서 경험한 자신의 사례를 소개한 그는 “코치만큼 중요한 것이 통역이다. 통역은 정제된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뉘앙스까지 선수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원하는 것을 선수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라바리니 감독을 도울 코치진과 통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