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자는 말을 듣지 않은 운전기사에게는 물이 담긴 플라스틱 컵을 머리 쪽으로 집어 던졌다.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도 "누굴 죽이려고"라며 욕설을 하고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찼다.
검찰의 공소장에 드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 씨의 이른바 '갑질 폭행' 사례들이다.
연합뉴스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이씨의 공소장에는 그간의 녹취 파일과 증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 등을 통해 알려진 폭언·폭행 사례가 범죄사실로 망라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는 지난달 말 이씨를 상습특수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대한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4월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을 계기로 한진가(家)의 폭언·폭행 의혹은 어머니인 이씨로 번졌고, 결국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이씨의 폭언·폭행은 주로 운전기사나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향했다.
그는 식재료(생강)를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문지방에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집어 던져 왼쪽 눈 부위를 맞히고,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턱에 맞힌 것으로 조사됐다. 40∼50cm 길이의 밀대를 이마에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런 폭행 때는 항상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뒤따랐다.
자택에 있는 나무 신발장을 청소하며 기름을 많이 묻혔다는 등의 이유로 직원 허벅지를 찬 사례도 공소장에 세 차례 등장한다.
화초의 줄 간격을 맞추지 못할 때에는 "너는 초등학교도 안 나와서 줄도 못 맞추냐"고 욕설을 하고, 꽃 포기를 뽑아 집어던져 직원의 눈에 흙이 들어간 사례도 공소사실로 적시됐다.
자택에서 직원이 3m 높이 사다리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일을 빨리하지 못한다면서 사다리를 걷어차 직원이 사다리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가 직원들에게 집어 던진 것으로 조사된 물건은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철제 전자가위, 열쇠뭉치, 난(蘭) 화분 등 다양했다. 던진 난 화분이 깨지지 않자 다시 집어오라고 한 뒤 직원을 향해 던져 깨뜨린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욕설을 하고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난달에는 인천본부세관이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이씨와 두 딸인 조 전 전무,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송치해 그가 받아야 하는 재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