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상태였던 류혜영, 다시 출발선에 서다

[노컷 인터뷰] '은주의 방' 심은주 역 류혜영 ②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은주의 방' 주인공 심은주 역을 맡은 배우 류혜영을 만났다. (사진=눈컴퍼니 제공)
2007년 영화 '여고생이다'로 데뷔해 단편·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해 온 류혜영. 아는 사람만 알았던 배우에서 더 많은 대중이 아는 배우로 거듭나게 된 건 공전의 히트작 tvN '응답하라 1988'(2015) 덕이 컸다.

류혜영은 서울대 수학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이면서 학생운동에 열심인, 신경질적이고 까칠한 성격의 성보라 역을 맡았다. 순한 모범생이자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효자 선우(고경표 분)와 연상연하 로맨스를 펼치기도 했다.

작품이 대성공하면 자연히 출연 배우의 위치도 달라진다. 류혜영 역시 많은 이들이 다음 행보를 기다리는 배우가 되었으나, 그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지 않았다.' 영화 '해어화'(2016), '특별시민'(2017) 후 1년 가까이 '쉬었다'. 그래서 한때는 근황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올리브 '은주의 방'으로 돌아온 배우 류혜영을 만났다. 자신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반응을 본 적이 있다는 그는 "그럴 때마다 '저 여기 있어요'라면서 혼자 대답했다"며 "팬들 덕분에 진짜 힘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은주의 방'으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는 평을 받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오랜만의 작품이어서 너무 신났다.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서 너무 신났고 좋은 스태프들 만난 것 같아서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행복하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되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제가 여행을… (웃음) 촬영 끝나자마자 여행 갔다가 며칠 전에 왔다. 항상 촬영 끝나면 여행을 간다. 가서 작품에 대한 걸 다 놓고 온다. (웃음)

▶ 작품과 이별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편인가.

네. 의식적으로 하는 편이다. 제가 이별하는 법에 대해서 되게 능숙하지 못한 것 같다, 어떤 존재들에 대해선 항상. (여행하면서) 나름대로 작품을 잊는 저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 같다. 여행 가서 새로운 환경에 던져져서 거기서 생활을 해나갈 때 뭔가 마음도 환기가 되고 새로운 생각들로 채워올 수 있더라. 그래서 여행을 꼭 좀 가는 편이다. (여행을)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제가 여러 군데 새로운 곳을 가는 것보다는 아는 곳을 간다. 관광한다기보다는 그 여행지 안에서 일상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 이번엔 어디에 다녀왔나.

촬영하면서 너무 추워서 '내가 끝나면 바로 따뜻한 곳으로 간다, 무조건!' 이래서 하와이에 다녀왔다.

▶ 혼자 다녀온 건가. 하와이는 혼자 여행하기 좋은 편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얘기하기가 좀… (웃음) 제가 보통 여행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살았다고 그래야 되나? 예를 들어 숙소에서 책 읽고 날씨 좋으면 나가서 산책하고 돌아와서 저녁 먹고 이런 루틴을 만들고 지켰다. 그래서 '혼자 가도 놀 거리 많아요' 이렇게 추천은 못 하겠다. (웃음)

류혜영은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에, 2017년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에 출연했다. (사진=tvN, 쇼박스 제공)
▶ '응답하라 1988' 이후 작품 수가 많지는 않았다. '특별시민' 개봉 후로도 공백기가 좀 있었다. 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또, 그 시간 동안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응팔'이라는 되게 큰 작품을 했고, '특별시민'이라는 굉장히 어려운 작품을 했다. 저한테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연달아서 하다 보니까 일단 저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이 위치에서 내가 이만큼의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나 생각했다. 어느 배우든 많은 사랑을 받고 좋은 작품을 하길 바라지만 그런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작품을 접하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르다고 본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그런 큰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특별시민' 끝나고 되게 많이 들었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할 거라면, 스스로 정비하고 중심을 잡는 그 시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장 바로 작품을 하지 않고 조금 쉬었다.

일부러 쉬었던 면도 있다. 저에게 관심을 돌려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어떤 걸 해야 행복할까' 등등 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조금씩 제가 어떤 걸 더 좋아하고 더 싫어하는지, 어떤 걸 할 때 더 행복한지,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오래 쉬었으니까 어떤 작품에 복귀하기가 조금 겁이 나지 않나. 그동안 쌓아온 게 그렇게 있지도 않지만, 계속 일하다가 멈췄고 다시 출발하려니까… 출발하기 전에 모든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 같은 게 저도 있었는데 그런 것까지 다 아우르고 감내하면서 잘해나갈 수 있는 어떤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통해서 다시 내 마음을 다잡고 내가 조금 변화하고 조금 여유로워졌다는 걸 스스로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고 더 큰 길로 도약하기 위해서 징검다리 같은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이) 계속 흘렀던 것 같다.


▶ 작품 활동 없이 지난 시간이 있어서인지 한때 신 '근황의 아이콘'으로 불릴 때도 있었다. 본인도 알고 있나.

그런 댓글 볼 때마다 '저 여기 있어요' 하고 혼자 대답했다. (웃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메시지는 다 읽고 있었다. 팬들 덕분에 진짜 많은 힘을 받았다. SNS에 제가 글을 잘 안 올리는 편인데, 홍보용으로 주로 써서… 그래서 이번 '은주의 방'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SNS 활동하려고 노력했다.

▶ 차기작은 검토 중인가. 해 보고 싶은 역할은 어떤 건지 궁금하다.

좀 더 많이 도전해볼 수 있는 작품! 액션도 진짜 관심 있고, 기사가 이미 나왔겠지만 뮤지컬 영화 이런 것도 관심이 많고 음악 영화도 되게 해 보고 싶다. 이번에 처음으로 OST 작업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제가 부른 노래가 드라마에 나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웃음) 그래서 뮤지컬 영화도 되게 해 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뭔가 많이 도전, 크게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다.

▶ 뮤지컬 영화, 음악 영화를 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럼 뮤지컬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는지.

제가 무대 공포증이 있다. (웃음) 음악을 듣는 걸 되게 좋아하긴 한다.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것보다는 뭘 듣는 게 좋다. 아무 소리 안 나는 그런 상황이 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항상 음악을 틀어놓으니까.

▶ 요즘은 어떤 곡을 제일 자주 듣는지.

요새 하루에도 100번씩 듣는 노래가 있는데 저의 OST 류혜영-김재영 '앳 홈!'(At Home)이다. (웃음) 들으면 굉장히 행복해지는 노래다. (웃음) 들어보니까 (저희) OST가 되게 다 좋더라. 릴리라는 가수의 '헬로 투모로우'(Hello, Tomorrow)도 좋았다. 그 노래 가사가 되게 와닿아서 좋았다. 드라마하고도 잘 어울리고, 뭔가 청춘들한테 힘을 줄 수 있는 노래랄까. 그 두 곡을 반복재생하고 있다. (웃음)

류혜영은 극중 19년 지기이자 나중에 연인이 되는 서민석 역의 김재영과 '은주의 방' OST를 불렀다. (사진=올리브 제공)
▶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네, 저는 러블리즈, 여자친구, 아이즈원을 좋아한다. 걸그룹을 좋아한다. (웃음) 귀여운 걸 너무 좋아하나 보다. 제 취향을 저도 확실하게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좋아지게 됐다. 세 걸그룹의 노래를 노동요처럼 들었다. 텐션이 떨어진다거나 스트레스받거나 좀 지쳤다 했을 때 제 차 안에서는 이 친구들의 노래가 돌아가면서 나왔다.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다. '은주의 방'을 완성시켜준 친구들이다. (웃음)

'프로듀스' 시리즈를 3번 한 거로 아는데 전 마지막 시즌을 봤다. 근데 다신 안 보려고 한다. 너무 이입되어서. 사실 한 명 한 명 소중하고 다 재능 있고 예쁜데, 그런 경쟁 속에서 스스로 작아지는 모습이 예능이지만 다 보이지 않나. 그 친구들이 사실 어린 친구들인데 일찍부터 그런 걸 겪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로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오지랖 같은 (웃음) 이모의 마음도 있었다. '비록 여기선 떨어졌지만 너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야' 이런 마음? (웃음) 저희 현장 분장팀 한 분이 제가 좋아하는 멤버랑 비슷하게 생겨서 신기했다. 그 얘기 하면서 금방 친해졌다.

▶ 이전 인터뷰에서 요즘 관심사가 루미큐브라고 한 것을 봤다.

루미큐브는 제가 쉴 때 (웃음) 심심풀이로 조금 했는데 기사가 나가서 조금 민망하다. 3년에 한 번씩 루미큐브 세계 오프라인 대회가 있다. 작년이 그 대회가 돌아오는 때였다. 그 전초전으로 온라인 대회가 열린다. 거기서 1등 하면 오프라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그 이벤트를 초반에 본 거다. 순위를 보니까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밤새도록 했다. 20위까지 순위가 발표되는데 제가 18위에 있는 거다. '어? 이거 약간 승산이 있네?' (웃음) 1등은 말도 안 되게 점수가 높았지만 10등까지는 온라인 게임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많이 준다고 해서 (웃음) 포인트라도 얻어야겠다 싶더라. 유럽, 미국 쪽에서 많이 하는 게임이라 그쪽 시간대에 맞춰서 새벽까지 안 자고 계속했다. 마지막 날 보니까 순위가 8위더라. 3시간 자고 일어나도 밀려나 봐야 10등 안엔 들겠지 싶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이벤트는 끝나 있었고 (저는) 11위였다. (일동 탄식) 이 얘기를 했는데 그게 제가 루미큐브 세계 11위로 기사가 나와서 좀 민망하다. (웃음) 실제 11위에게도 미안하고.

▶ 원래 어떤 것에 빠지면 끝을 보는 스타일인가.

한 과자에 빠지면 한 달 내내 그것만 먹는다. 질리면 딱 끊는다. 뒤도 안 돌아버리고 떠나버린다. 루미큐브도 (요새는) 그렇게 매달리진 않고 가끔씩만 한다. 슬라임을 친구가 추천해줘서 만졌다가 그게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다. 미친 듯이 사 모았다가 또 딱 끊었다.

▶ 평소에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요즘에는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를 읽었다. 1권만 읽어서 2권은 그저께(23일) 샀다. 얼른 읽고 싶다. 저는 책 읽으면서 제가 어떤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데, 뭔가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감성적인 사람이 쓴 산문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 풀어낸 글들을 좋아하더라. 이국종 교수님이 진짜 이성적인 분이지 않나. 글에서도 그런 게 느껴져서 되게 좋았다. 이게 사실 일지다. 몇 년부터 몇 년까지의 기록이라서 이런 일이 있었다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풀린다. 어떻게 보면 되게 감정적으로 슬플 수 있는 사건을 그분의 필체로 굉장히 담담하게 이성적으로 풀어냈는데 그런 구절에서 되게 눈물이 나더라. (웃음) 그리고 저는 유튜브에서 의학 수술 장면이라든지 그런 걸 되게 많이 본다. 좋아해서. 다시 태어나면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 쉬는 기간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한지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그때 깨달은 바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는지.

사람은 각자 나만의 시계가 있구나, 내 시계에 맞춰서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체감했다. 이런 말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고 책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아는 거랑 내가 진짜 가슴으로 느끼고 체감해서 깨닫게 되는 거랑 다르다고 생각한다. 항상 좀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유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좀 더 노력할 것 같다. <끝>

배우 류혜영 (사진=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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