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롭게 지명된’ 카운터파트(상대역)를 언급한지 1주일이 넘는 시점에서다.
통일부는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전 대사에 대해 “에티오피아 대사, 주아프리카연합 북한대표부 상임대표, 수단 대사, 스페인 대사 등을 역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8일 정례브리핑에서는 “김혁철이라는 이름이 북한에서 많이 있는 이름으로, 동명이인 부분을 주시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26일 “김혁철과는 오랫동안 외무성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을 근거로 사뭇 다른 주장을 하면서 비롯됐다.
그에 따르면 김 전 대사는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북한 금수저’ 출신으로 “리용호와 김계관이 체계적으로 양성한 전략형 인물”이다.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전략 파트에서 두각을 발휘해 고속승진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4년 스페인 주재 대사에 임명된 것은 10여년만의 첫 해외 발령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에티오피아 대사와 수단 대사 등을 역임했다는 통일부 분석과 배치되는 것이다.
태 전 공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힘들지만 정부도 당초 판단을 번복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 대표가 바뀌거나, 최소한 역할분담을 하게 됐는데도 여태 인적 사항조차 모르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가 북한 주요 인물과 관련한 정보력 부재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잠적했지만 통일부의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김혁철 전 대사의 경우는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긴 힘든 일이다. 주요국 대사를 역임했고 백악관 방문 사진을 통해 얼굴까지 공개된 인사이기 때문이다.
비단 태영호 전 공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탈북인사들의 자문만 구해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전문가는 “(통일부가) 너무 (북한의) 대미라인 중심으로 보다보니 놓쳤을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래도 스페인 대사 정도라면 당연히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외교부와 국정원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