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그렇다면, 박근혜는 '침대' 대통령이었단 말인가?

문재인을 '방콕' 대통령이라고 한 한국당, 염치는 어디에 뒀나

(사진=기자회견 자료 캡처)

'빅데이터로 본 문재인 대통령 600일 분석'

27일 공개된 여의도연구원의 보도자료다.

자유한국당이 운영하는 여의도연구원은 2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일정을 전수조사했다며 그 결과를 밝혔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600일간 청와대 일정을 분석한 내용이다.

여의도연구원은 600일 중 160일은 '일정 없는 날'로 분석했다.


일정 중 집무실에서 일한 것은 '방콕'으로 표현했다. 28일 '방콕 대통령'이라는 검색어가 하루종일 인터넷을 달궜다.

청와대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논평을 내고 여의도연구원의 자료에 대한 반박을 팩트체크 방식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며 대통령의 일정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으려 했다.

(사진=청와대 논평 캡처)

그렇지만 청와대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과는 구태여 비교하지는 않았다.

사실 대통령의 일정 하면 세월호 7시간을 상징어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이 아니었던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교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취임 후 600일 동안인 2013년 5월 10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를 살펴보자.

현재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개된 일정을 분석해 본 결과 약 600일 동안 일정이 없었던 날은 215일(36%)이었다.

2013년 5월 10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공식 일정 수. 약 600일동안 1015건의 일정 중 일정이 없었던 날은 215일이다.

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일정이 없다고 주장했던 160(26%)일보다 약 두 달 많은 기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이 비어있었다.

같은 600일간 박 전 대통령의 공식 일정 수는 1,015건이다.

문 대통령의 공식 일정 수인 2,144건과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박 전 대통령은 더 쉬고 덜 일한 셈이다.

공개된 일정을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유구무언이다.

공개된 일정 건 수만 보더라도 문 대통령에게 비할 수 없이 빈약할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공개 일정에 나와 있는 참석자, 관련 발언, 사진 등 세부 내용도 가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일정은 '오전 창조경제 리더 간담회'와 같이 제목만 있는 수준이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다.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 공식 일정 워드클라우드/사진=Tagxedo 캡처)

물론, 이에 대해 한국당은 밝히지 못할 또는 공개하지 않은 숨은 일정이 많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항변은 문재인 대통령 일정에도 똑같이 적용되야 한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2017년 10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여의도연구원이 이번 분석을 '최초의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이번 여의도연구원의 분석은 2,144건밖에 되지 않는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포장해 멋대로 가공하고 스스로 만족한 최초의 시도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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