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 중동 일자리' 발언에 대해 '국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 청년들의 동남아행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철 "취직 때문에 헬조선 하지마라…신남방에선 해피조선"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지금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ASEAN), 인도로 가세요"라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우리 경제가 정체돼 있는 반면, 아세안 지역이 매년 5~6%씩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박항서 감독도 처음에는 구조조정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감독을 필요로 한다고 하니까 거기 갔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청년층에게는 "여기(한국)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마세요. 신남방 국가를 가면 '해피조선'입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국문과 나와서 취직이 안된다고 여기 앉아서 '헬조선'이라고 하지 마라"며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는 한글 시험이 열리는 날에는 시험장이 터져 나갈 정도로 한글을 배우려고 난리다. 그런 학생들을 몽땅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거기서는 우리나라가 '해피조선'이다."라고 언급했다.
최악의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외 일자리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남방지역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朴 발언 비판 앞장섰던 野, "국내 일자리 챙겨라"
이러한 발언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청년 중동 진출' 발언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대통령은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세요. 다 어디갔느냐고, 다 중동갔다고"라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지난 70년대 오일쇼크 때 기회인 줄 모르고 좌절하고 지나가버렸으면 오늘의 번영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이것이 바로 하늘의 메시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다녀온 중동에 제2의 붐을 일으켜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하늘의 뜻'까지 내세웠지만,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졌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한 비판의 중심에는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 있었다.
당시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금은 70년대가 아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청년 고용정책을 세우긴 커녕 중동 얘기를 꺼낸 건 적절치 않다"며 "청년이 우선 국내에서 살 길을 찾게 하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정부는 일할 곳이 없어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란 얘기가 나오는가. IS테러 위협이 있는 중동으로 우리 청년들을 가라고 꼭 하셔야 했나"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서, 최저임금인상을 위해서, 그리고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장그래들'이 정규직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현 청와대 민정수석인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도 SNS에 "각하의 뜻에도 맞고 나라 전체에도 도움되는 방안이 있다"면서 "박근혜 정권 옹호에 광적으로 앞장 서는 '일베' 청년들, 박 정권 권력자의 자식들, '박정희 교도'처럼 언동하는 어르신들의 손자들, 다 중동으로 보내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청년실업에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공통된 상황 속에서 해외에 막연한 기회가 있다며 청년들을 부추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야당시절 한 목소리로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며 자신들은 "국내에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장그래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집권하자 뒤집어버렸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습나선 김현철…이번 야당도 '국내 일자리 챙기라' 비판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김현철 보좌관은 수습에 나섰다.
김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신남방지역의 한류열풍으로 인해 해당지역 10·20대들이 대한민국을 동경의 나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우리 젊은이들도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또 "50·60 세대인 박항서 감독처럼 신남방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이라며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번엔 공격자의 위치에 선 자유한국당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 장능인 대변인은 "과거 국내의 혁신 역량과 창의성, 열정 등을 바탕으로 세계무대로 뻗어 나갈 것을 권장한 사례는 있었어도, 정부가 직접 자초한 불경기에 괴로워하는 국민에게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한 사례는 전무후무할 것"이라며 김 보좌관의 발언을 '망발'이라고 꼬집었다.
장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라고 했듯이 해외 탈출 '각개전투' 보다 양질의 국내 일자리 먼저 챙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마저도 2015년 당시 야당의 발언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