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영장에 '민주노총 암적존재' 같은 표현 빼겠다"

민갑룡 청장 "수사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야"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는 등 6차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이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서에 주관적 표현을 담던 관행을 끊기로 했다.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로 표현한 문구가 논란이 된 뒤 경찰청장이 직접 내놓은 대책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8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구속요건을 판단하면서 이전까지는 사회적 평가를 관행적으로 썼다고 한다"며 "수사라는 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데 엄벌이 필요하다는 주관적 시각만 모은다면 편향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면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객관적 사실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굉장히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영장 신청에 있어서 객관적인 확인된 사실만을 쓰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와 검찰은 지난 18일 청와대 정문 앞에서 기습시위를 진행한 혐의로 김수억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청구했었다.

당시 영장에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등 정치권의 비난이 대거 인용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문구는 수사 서류에 노동계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을 거르지 않은 채 정치권의 정략과 과장된 수사만 늘어놨다는 점에서 비판받았고, 영장도 기각됐다.

민 청장은 이와 관련해 "관행에 따라 한 것이어서 담당자의 어떤 의도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된다"면서도 "주의를 소홀히 한 바에 대해서는 엄중 주의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인 지침을 검토하라고 일선에 지시했다"며 "그걸 검토해 전국의 수사 형사들에게 배포해 신속하게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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