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2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국가대표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호명을 받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이후 11년 만의 귀환이다.
정 총재는 "오랜만에 기쁜 소식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면서 "오랜 기간 선수와 지도자로 KBO에 헌신한 김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뤄낸 명장"이라며 소개했다. 이어 "갑작스레 제안을 받고 잠을 못 이루고 고민했지만 위기의 한국 야구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고 하셨다"면서 "올해 프리미어12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베이징의 감동을 재현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시진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들과 2차 회의에서 토론한 지 50분도 안 돼서 김 감독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장기적 관점, 철학과 목표를 갖고 있는 인사를 생각했고, 정책적 방향성과 대표팀 이미지 제고, 청렴성과 도덕적 결함 등 모든 면에 부합하는 인사"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준비해온 회견문을 잠깐씩 보며 11년 만에 돌아온 소회를 이어갔다. 김 감독은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아 더욱 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얼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1년 전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팬 여러분의 절대적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면서 "11년 전에 느낀 전율을 다시 느끼고 환호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 감독은 "현재 한국 야구가 어려운 것은 주위 분들 다 아실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피한다는 모습이 싫었고 욕 먹을 각오하고 수락하게 됐다"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병역 논란에 선동열 감독이 사퇴했다.
11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를 돌아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그때는 젊었고, 11년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그때보다 연륜은 쌓였지만 과감성은 남아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이 조금 더 마음이 더 푸근하다고 생각한다"고 베테랑 감독의 여유를 드러냈다.
선임 당일부터 발빠르게 코칭스태프 인선 계획도 밝혔다. 김 감독은 "가능한 한 일찍 (코치진 구성을) 하려고 한다"면서 "2월 중순 안으로 인선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찬호와 이승엽 KBO 홍보대사 등 스타 출신의 코치진 합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코치로서 너무 훌륭한 자원들은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야구는 팀워크인데 코치가 너무 화려하면 선수보다 코치에게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엽은 아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아직은 포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대표 선수 선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김 감독은 선발의 공정성에 대해 "선발 원칙은 참 어렵다"면서 "11년 전도 그렇고 어느 감독이 선발해도 조금씩 문제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발하고 나서 문제가 있겠지만 최대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90점을 목표로 하지만 그에 가깝게 선발을 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