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내달 15일까지 3주간 셧다운 사태를 풀고 정부를 재가동하기로 하고, 이 기간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시한부 정부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셧다운에서 벗어나면서 행정부 인력 운용 등이 정상화함에 따라 2차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일각의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DC 고위급회담 및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스톡홀름 회동이 진행된 뒤 약 일주일 가량 지났다는 점에서 양측이 내부 논의를 마치고 조만간 후속 접촉을 가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최선희 부상에서 김혁철 전(前) 스페인 주재 대사로 바뀐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건-김혁철 채널이 머지않아 본격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등이 밝힌 2차 정상회담 시점인 2월 말~3월 초까지 이제 불과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담 의전 관련 사항을 결정하고 의제인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이행계획을 합의하기에 시간이 빠듯하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후속 회동 일정을 구체화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지금도 물밑 접촉을 지속하며 기본적인 입장은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지난 스톡홀름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중재 역할을 수행한 우리 정부는 이제 북미 간 접촉 동향을 주시하면서 앞으로 후속협상이 이뤄지면 필요할 경우 다각도의 지원을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7일 "북미 양측이 서로 구체적, 실질적 성과를 필요로하는 상황에서 이제 회담까지 한 달 가량 남은 만큼 의미있는 회담을 위한 실무자 간 만남이 분주하게 이뤄질 때가 된 것 같다"고 봤다.
양 교수는 이어 "미국은 셧다운이 해결되면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외교 부처와 백악관 당국자들이 움직일 여건이 됐다"면서 "북한은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16일) 준비로 2월10일 전후부터 바빠진다고 보면 그 전에는 실무 협상이 열리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관련 양측에서 나오는 긍정 메시지를 고려하면 개최 자체는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가운데, 결국 회담의 최종 성사와 2차 회담 '이후'를 결정짓는 것은 양측이 어느 수준의 합의를 이루느냐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협상 내용을 보고받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조만간 있을 또 하나의 좋은 만남을 기대한다.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화답했다.
일단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와는 별개로 이번 두번째 회담에서의 비핵화·평화체제 합의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대체로 '빅딜'보다는 '스몰딜'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조건부로 약속한 영변핵시설 등 핵·미사일 관련 시설의 폐기와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일부 폐기를 내놓고,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등 관계개선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교류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조치가 거론된다.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주무 부처인 국무부 당국자들의 입에서 북한 비핵화의 목표인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란 키워드가 점점 사라지는 분위기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7일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위한 협의에서 단계적 비핵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한미일 협의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내신 브리핑 등의 계기에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우리 정부의 기본적인 접근 방법으로 강조했다.
'스몰딜' 이상을 내다보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확실한 비핵화 성과가 필요한 미국이나 상징적 수준을 넘어선, 의미있는 수준의 제재 해제가 시급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한국의 '적재적소' 중재가 이뤄질 경우 '빅딜' 못지 않은 진전이 가능하리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