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28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오는 30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연다.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 열린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임 전 차장은 이날 처음으로 재판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공소사실에 대해 다시한번 정리하고, 임 전 차장 측이 이에 대한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임 전 차장 측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의 증거와 증인 신청 절차도 진행된다. 검찰이 100여명에 달하는 전·현직 판사들을 소환해 수사를 벌여왔던 만큼, 이날 재판에서 신청되는 증인을 통해 사법처리 대상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공개되는 만큼, 사법농단 의혹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4일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판사 출신 이상원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인 검찰 출신 최정숙 변호사를 필두로 한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조사에 대응하는 한편, 판사 출신 변호사를 투입해 재판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철언 전 의원의 사위인 이 변호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 재판의 변호인을 맡았다.
또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변호인으로 무죄를 이끌어 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크게 4가지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범죄혐의만 40개가 넘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구속적부심을 신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수사단계에서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석방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어 최대 다음달 12일까지 신병을 확보한 상태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인 뒤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향후 방대한 혐의에 대해 다툴 재판을 대비해 추가로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은 임 전 차장의 재판과 병합돼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서 지시를 내렸다면 임 전 차장이 '행동대장' 역할을 맡아 지시를 수행했다는 평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