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상위 0.1%만 사는 고급 저택 SKY 캐슬의 일원이자 정형외과의인 우양우(조재윤 분)가 아내 진진희(오나라 분)를 부르는 말이다. 드라마 팬들은 진진희라는 극중 이름보다 '찐찐'을 더 즐겨 쓴다.
입에 착 붙는 이 별명은 오나라와 조재윤이 연기 합을 맞춰보던 중 조재윤의 입에서 우연히 튀어나왔다. 애드리브가 극 안으로 들어갔고, 진진희의 푼수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면을 부각하는 별명으로 자리 잡았다.
'SKY 캐슬'은 자기의 직업, 부, 명예 등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이들이 여럿 산다. 서울의대를 입에 달고 사는 한서진(염정아 분) 가족이 대표적이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차민혁(김병철 분)도 비슷한 부류다.
이들 틈에 있는 우양우 가족은 조금 달라 보인다. 진진희는 한서진을 따라 아들 수한(이유진 분)을 들들 볶으며 공부시키지만, 싫다고 하는 반응을 무시하지 않는다. 엄마든 아빠든 조금은 허술한 면이 있어서 의도치 않게 웃음을 자아낸다. 황치영(최원영 분) 가족이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가족상으로 그려진다면, 우양우 가족은 재미와 인간미를 담당한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배우 조재윤을 만났다. 그는 'SKY 캐슬'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쾌하게 그려지는 우양우 가족을 만들기 위해 파트너인 오나라와 오랜 시간 연구하고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진짜 부부'처럼 친해졌고, 덕분에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 우양우-진진희를 진짜 있을 것 같은 부부로 만들다
배우가 곧 그 캐릭터로 보일 만큼 'SKY 캐슬'은 맞춤한 캐스팅이라는 평을 받는다. 우양우 역의 조재윤과 진진희 역의 오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오자마자 조현탁 감독은 두 사람에게 "두 분은 정말 우양우, 진진희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SKY 캐슬 내 유일하게 재미있는 부부'라는 설정도 처음부터 듣고 시작했다. 조재윤은 유쾌함을 가져간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찐찐'이라는 애드리브도 탄생했다.
조재윤은 "(대사가) 끝나는 부분인데도 계속 이어서 뭔가 약간 애드리브를 넣었다. 진짜 살고 있는 부부 같은 느낌으로. 보통은 두 문장이 있으면 한 문장씩 주고받는 식인데, 한 문장이 끝나면 계속 애드리브로 호흡(추임새)을 넣어줬다"라고 말했다.
실재하는 부부 같은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으나, 조재윤과 오나라는 'SKY 캐슬'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 팬으로만 알고 실제로는 모르는 사이였다. 만났을 때부터 서로 성격이 우양우, 진진희와 닮아있다는 걸 알았다.
"대화도 너무 자연스러워요. 평상시에도 (오나라 씨는 저를) 재윤! 이렇게 안 부르고 자기야, 자기야 이렇게 불러요. 슛 안 들어갈 때도요. 일상생활에서도 뭔가 부부처럼 생활하니까 저도 '웅웅', '찐찐, 왜~?' 이러고요."
극중 부부라는 의리 덕인지, 조재윤은 진진희 캐릭터가 자칫 밉상으로 보일 것 같은 장면을 부드럽게 풀기도 했다. 수한이에게 인수분해 가르치는 장면에서 버럭 성질을 내는 진진희 모습이 시청자들 입장에서 밉게 보일까 봐 마무리를 조금 바꿨다. 원래는 소리 지르는 장면에서 끝나는데, 아내의 고함을 들으며 멋쩍게 씩 웃는 본인으로 한 장면을 마친 것이다. 조재윤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편안해 보이는, 일상적인 부분을 많이 만들어 간다"라고 설명했다.
밥 먹는 장면도 'SKY 캐슬' 속 다른 집들과는 조금 달랐다. 한 식탁에 둘러앉아도 밥은 철저히 자기 공간 안에서만 먹는데, 우양우와 진진희는 서로에게 먹을 것을 챙겼다.
"이 드라마에는 (누가 누구한테) 쌈 싸서 주는 것, 이런 게 없어요. 우리는 그걸 하자, 우린 그게 가능한 부부니까. 먹는 것부터 챙기는 거죠. 즙 같은 것도 많이 먹었죠. (진진희는) '술 먹었어? 왜 또 술 먹어?' 그러면서 북엇국 끓여주잖아요. (웃음)"
겉모습도 좀 더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재윤은 씻고 나오는 장면에서 진짜 머리를 감아서 흐트러진 머리로 등장했고, 오나라는 잠옷은 화려하게 입되 메이크업은 연하게 해서 리얼리티를 높이는 식이었다. 조재윤은 그런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본 시청자들이 있었다며 뿌듯해하는 한편 고마움을 표했다.
◇ 제작진이 하고 싶은 말, 우양우-진진희 대사에 담겼다
"돈 있다고 아무나 들어오는 것도 아니잖아요?"라며 재산의 크기 외에도 까다로운 입주 조건을 지닌 'SKY 캐슬'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는가 하면, "아, 정말 저는 우리 수한이도, 아니 손자 증손자까지 대대로 이 SKY 캐슬에 쭉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현재의 특혜를 누리고자 하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대표적이다.
"'SKY 캐슬'은 사실 여자들의 이야기죠. 군대는 계급에 따라 사모들도 그 계급이 되잖아요. 학교도 마찬가지고. 피라미드 구조로 된 곳은 다 그렇죠. 유일하게 (밖의 서열을) 깰 수 있는 공간은 집이거든요. 밖에 나가서 깨갱대고 해도 우리 집에 들어와서만큼은 와이프가 왕이라고 해 주죠. 아직도 가부장적인 집은 많지만 인제 세상이 바뀌었어요. (남편도) 설거지하고 빨래하고요. 애도 같이 봐야 하고요.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사회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 작가님이 기본 틀을 잡으신 거죠. 저도 진진희가 뭐라고 하면 깨갱하지만, (제가) 결정적인 말을 할 때는 (진진희가) 받아들여요. 그런 밸런스 구조가 예쁘지 않을까 싶었어요. 19, 20회에 그런 얘기가 더 나와요. (웃음)
너무 재밌는 게 두 부부에게는 사건이 없지만, 'SKY 캐슬'에서 진짜로 작가님, 연출님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진진희와 우양우 대사에 다 들어가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되게 어깨가 올라가더라고요. (웃음) 너무 (대사를) 강조하고 세게 가면 (시청자들이) 반발심이 생길 수 있으니 쉽게 툭 던져야 한다고 봤어요. 중요한 대사를 할 땐 툭툭 던졌어요. 다른 가족이 사회성, 시사성을 이야기한다면 저희는 진짜 현실 속 고민을 이야기했던 거죠."
극중 순수한 귀염둥이 역할로 사랑받는 아들 우수한 역의 이유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조재윤은 곧장 "없는 큰아들이 생겼다"며 "또 하나의 혜나인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재윤 역시 가족 드라마 경험은 적었다. 우선 가족 간의 팀워크를 잘 꾸려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칭부터 바꿨다. 이유진은 조재윤을 아빠라고 부르고 조재윤은 이유진을 아들이라고 부른다.
'호칭'의 덕을 톡톡히 봤다. 조재윤은 "(유진이가) 뭐 생기면 아빠(조재윤)부터 챙긴다. 그러니 저도 볼 꼬집고 그런 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