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면서 촉발된 '체육계 미투'와 관련해 체육계 폭력 및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동석한 가운데 폭력과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내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구성
문체부는 빙상을 비롯해 유도, 태권도 등 여러 종목에서 지도자들이 선수에 폭력과 성폭력을 행사하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파악하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별조사단은 피해상황 접수 창구를 마련하고 가해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와 체육계의 인권 침해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해 정책과 제도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스포츠 분야 비리전담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가 신설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체육 분야 비위 조사를 통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전담 기구다.
도종환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 분야의 비리 조사, 조정, 중재 등을 총괄하는 독립기구"라며 "국회와 적극 협력해 2월 임시국회 중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엘리트 육성 시스템 개선 위한 '스포츠혁신위원회' 운영
문체부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해 필요한 추진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방안을 권고하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되는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방식과 스포츠 공정문화 정착 및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의 방향을 논의한다.
도종환 장관은 "반복되는 체육계 비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며 "더 이상 국위선양에 이바지한다는 목표 아래 극한의 경쟁 체제로 선수들을 몰아가고 인권에는 눈을 감는 잘못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대한체육회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총괄하는 단체이자 대한올림픽위원회(KOC)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인정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지위를 갖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통합 당시 KOC가 체육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올림픽 등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하게 됐다고 판단하고 KOC의 분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종환 장관은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개선하고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의 진정한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KOC를 통합체육회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선수촌 운영 방식도 전면적으로 개편된다. 국가대표 합숙이 축소되고 선수촌 개방 방안도 논의된다.
도종환 장관은 "대한체육회가 전체 국가대표 선수 훈련 계획을 수립하여 선수를 소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경기 단체별로 수요가 있을 경우 선수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선수촌을 전면적으로 개방해 생활체육 참여자도 선수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폭력 및 성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폭력과 성폭력이 발생해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가해자가 징계 이후 현장 지도자로 복귀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체육계에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앞으로 폭력 및 성폭행 방지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가해 지도자의 자격을 정지하는 등 선수 보호 장치가 강화된다.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성폭력 사건 신고를 의무화하고 사건을 은폐, 축소시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 처벌되도록 법령 개정이 추진된다.
교육부는 최근 빙상계 비리 사태와 관련해 다음 달 한국체대를 대상으로 종합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전국 교육청과 함께 2월 말까지 학교 운동부 실태를 특별 점검한다.
유은혜 장관은 "체육계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가한 갑질과 성폭력을 정부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며 "성폭력 등 비위 행위를 한 지도자가 다시는 학교 현장에 발 디딜 수 없도록 징계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