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긱 경제, 전통산업 '대체'보다는 새 것 '창조'해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우버 등 디지털 노동플랫폼 경제 분석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아닌 전통산업 단순 대체시 부작용
경제주체간 갈등심화, 고용의 질 저하, 소득안정 저해 등

택시를 보유하지 않은 택시회사 우버(Uber) 등 디지털 기술 기반의 '디지털 긱 경제'(Gig Economy)가 단순히 기존 전통산업을 대체하는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한국은행 조사국 최기산 과장 등이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실은 '글로벌 긱 경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긱 경제가 새로운 경제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따라 거시경제 파급 영향은 달라진다.

긱 경제란 특정 시한의 단위업무 수행을 위한 임시직 고용 방식의 경제환경을 뜻했으나, 최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디지털 노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새 노동시장 트렌드로 규정하는 양상이다. '긱'(gig)은 필요시 즉석에서 연주자를 섭외하는 미국의 전통 재즈 공연방식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긱 경제가 미래의 노동공급 방식, 일자리 규모와 내용, 산업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운송·배달·청소·심부름과 같은 지역기반형 플랫폼, 데이터입력·인터넷고객센터·IT개발·디자인 등 지역제한이 없는 웹기반형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국의 긱 경제 종사자수는 대체로 생산 가능인구 대비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긱 종사자들은 대체로 젊고 고학력이며 남성 비율이 높았고, 특수고용이나 시간제·임시직 등으로 고용됐다.

고용 측면에서 긱 경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특정 능력·기술이 적용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노동유연성을 통해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참여를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거대 소비시장과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기존 산업경제 시스템이 소자본, 개인화 기반의 경제로 변화되면서 다양한 특화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는 유연한 근로 여건이 만들어져, 취업자의 여가시간 부업이나 유휴 노동력 및 취약계층의 노동참여가 가능해진다.


성장 측면에서도 새로운 서비스산업의 등장과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성장 제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세분화와 노동유연화로 새 비즈니스모델 적극 개발이 가능해지고, 온라인 노동수급이 가능해 고용의 지리적 제약이 완화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순한 기존 산업 대체 방식의 긱 경제는 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긱 경제가 전통산업을 대체하는 형태로 발전할 경우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득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장측면에서도 전통산업을 대체하면서 발전하는 경우 이해상충에 따른 갈등 심화가 비효율을 야기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실질적 피고용인임에도 긱 종사자의 지위가 개인사업자로 규정되면서 상당수가 임시직이나 시간제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각종 사회보험이나 단체교섭권 등에서 배제돼 고용보호의 사각에 놓일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7월 기준 우버기사 16만명 중 정규직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럽 주요 7개국의 경우 전체소득 대비 긱 근로소득 비중이 50% 미만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주요국들은 전통산업 대체보다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창조하는 방식의 발전모형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긱 경제 확산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으므로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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