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우승 후보로 꼽힌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볼 점유율은 68-32로 크게 밀렸지만 슈팅은 일본보다 1개 더 많은 12개를 기록했다. 유효 슈팅 역시 4-6으로 일본과 큰 차이가 없었다.
골키퍼의 선방도 빛났다. 수문장 당방람은 5개의 세이브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유일한 실점은 페널티킥이었다. 키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 당방람의 잘못을 탓할 수 없다.
잘 싸웠지만 베트남이 받은 결과표는 0-1 패배. 하지만 그 누구도 베트남의 아시안컵을 실패라고 하지 않는다.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16강에 올랐고 승부차기 끝에 요르단마저 꺾는 기적을 써냈다. 그리고 일본을 궁지에 몰아넣는 모습까지 보여준 베트남이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박항서 감독. 떠나는 모습까지도 아름다웠다.
박항서 감독은 패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보였다. 팀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다. 그는 "8강까지 극적으로 올라왔다. 우리 선수들이 일본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줬다"며 "비록 패했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투쟁심에 만족한다"고 가장 먼저 선수들을 격려했다.
박항서 감독도 분명한 소득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베트남이 그 정도의 결과를 얻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기적 같은 한해였다"며 "2019년에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베트남은 아직 아시아 톱레벨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아시안컵을 통해 강팀과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지 깨달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박항서 감독은 단상에서 내려와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기자회견장을 나서자 그의 등 뒤로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동한 고생했고 또 희망을 선사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 담긴 베트남 취재진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한국 팬들이 베트남의 사령탑인 박항서 감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늘었다.
"내 조국 대한민국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박항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