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한중 환경협력 국장급회의와 공동위원회를 마치고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4가지 대응방안에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한 방안은 △대기 질 예보 정보 및 예보 기술 교류 프로그램(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착수 △한중 공동 연구 사업(청천(晴天) 프로젝트)의 범위 확대 △공동위 계기 미세먼지 관련 별도 전문가 분과(세션) 창설 △지방정부간 미세먼지 교류협력 확대 지원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방안은 한국 측의 제안대로 중국의 기상정보를 토대로 한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점이다.
현재는 중국 35곳에 대한 미세먼지 정보를 1시간 단위로 제공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한·중 전용망을 세워 중국의 관련 장·단기 예보자료 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정우식 교수는 "그동안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를 무시하다시피 했는데, 공식적인 협의체를 개최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미세먼지에 올인하다시피 했지만, 정작 중국 상황에는 '깜깜이'였다"며 "특히 중국의 기상 정보는 구하기도 어렵고, 자국의 입맛에 맞게 조정된 것으로 의심된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중국의 태도 변화는 '동북아 장거리 대기오염물질(LTP)' 연구보고서 발간에 선뜻 합의한 데서도 볼 수 있다.
애초 이 보고서는 지난해 8월 발간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이 최근 중국의 대기질 개선 성과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보고서 공개에 반대해왔다.
환경부 유재철 생활환경정책실장은 "LTP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 자체가 중국도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라며 "보고서 결과에 따라서는 중국도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동안 미세먼지 문제 개입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공식협의체에 참여해 사태 해결에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경보체계를 위한 자료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재난 수준이라고 지적할만큼 한국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심각성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는 결론이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과 중국 간에 문제 해결을 위한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동종인 교수는 "대기오염 영향권인 동아시아 전체를 놓고 개선목표를 세우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나와줘야 한다"며 "이 지역의 대기질 개선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을 담기에는 아직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때 중국이 잘못된 말을 하면 아니라고 얘기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성과를 내기 위해 이상한 발언을 해도 반박하지 않고 지나가는 건 너무 미약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혼자 중국 측과 다투기보다는 전문가 그룹이나 언론 등을 활용해 다면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향후 국제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태도를 바꾸면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의 판도가 바뀌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이 자국의 민감한 기상 자료를 제공하고 나선 마당에 이를 검증하고 미세먼지 사태의 원인을 분석할 책임이 한국에 넘어온 만큼, 오히려 제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앞으로 남은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정우식 교수는 "이번에 처음 받는 중국 기상 자료들을 그저 고맙다고 받으면 될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 기상 자료의 신뢰도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향후 협상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받도록 하고, 실무그룹을 상시적으로 활동하도록 해 자료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중국이 자료 제출에 응했나 생각해보면, 중국 스스로 충분히 유리하다고 선행검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은 '중국이 자료를 주지 않는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식 공동연구단 외 민간 연구팀 등과 중국 기상자료를 비교분석하는 등 최선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