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 + α' 북미회담 판 키우나…협상도 급물살

“트럼프의 비상한 결단” 북미 정상간 훈풍…자국내 급한 사정도 이해일치
美의회 눈높이 맞추려면 과감한 비핵화 불가피…‘비현실적 목표’ 비관론도 여전

사진=백악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교환에 이어 이례적 수준의 호평을 주고받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로써 최근까지 회의적으로 보였던 북미대화 분위기도 급반전됐다.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따른 일부 제재완화라는 ‘스몰 딜’ 이상의 대타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온 훌륭한 친서를 전달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한 뒤 북미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독려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영철 부위원장과 만난 뒤 “엄청난 진전을 이뤄냈다”고 치켜올린 것에 대한 최고 수준의 화답으로 평가된다.

북한 지도자가 ‘적대국’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불과 1년여 전만해도 ‘늙다리’ ‘미치광이’ ‘꼬마 로켓맨’ 등의 거친 입씨름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상초월의 변화다.

이는 전환기적 의미까지 부여됐던 첫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의 의중을 직접 파악한데다 잇단 실무·고위급 후속 접촉을 통해 상당한 신뢰를 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임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화끈하면서도 실용주의적 태도로 임한다는 공통점도 신뢰 형성의 큰 힘이 됐다.

두 정상이 처한 국내 상황도 좋든 싫든 비핵화 시간표를 재촉하는 요인이다.

김 위원장은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우선주의를 표방한 이상 제재 해제·완화가 시급해졌다.

북한으로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의 ‘주동적’ 조치를 통해 나름 양보했지만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은 현재 아무 것도 없는 실정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 이전에 ‘인민’들에게 보여줄 가시적 성과가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민주당의 하원 장악 이후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불륜 스캔들과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국경장벽 예산이 촉발한 셧다운 사태 등 겹겹이 위기를 일거에 탈출하고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한 방이 필요한 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 주류사회의 끊임없는 견제에 맞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할 유인도 크다.


문제는 대북제제 해제시 의회 보고를 의무화한 ‘아시아지원보장법’(아리아법) 등으로 인해 행정부가 재량껏 쓸 수 있는 대북협상용 카드가 여의치 않다는 점.

바꿔 말하면, 의회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김 위원장이 보다 과감한 비핵화 조치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으로선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로는 끄덕도 하지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가 최소 목표치라는 것.

북미 정상의 개인적 기질과도 맞물려 ‘스몰딜 + 알파’ 수준의 합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부분 제재완화’를 사실상 북한 핵을 용인하는 ‘나쁜 딜’로 치부하는 미국과 동맹국 일각의 비판론을 피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미관계가 기존의 ‘경로 의존성’을 벗어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해나가는 상태”라며 “앞으로 더 파격적인 방향으로 갈 것 같다. 왜냐하면 (트럼프, 김정은) 둘 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권 핵심부에서 감지되는 기류나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 등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엿보인다.

스웨덴에서 남북미 3자 ‘합숙담판’에 참석했던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향후 북미회담 전망에 대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한국센터 이상수 소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 ICBM의 중국 반출 제안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만남인 양 정상이 ‘빅 딜’로 불릴 만한 전면적 비핵화 합의까지 도출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신고-사찰-검증 등의 세부 이행 항목으로 들어가면 곳곳이 지뢰밭 형국이어서 스몰 딜 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정부가 강조해온 ‘포괄적 합의 후 단계적 이행’ 원칙에 따라, 일단 비핵화 로드맵과 초기 이행조치를 확약하고 단계적 이행은 스냅백(협정 의무 불이행시 제재 원상복귀) 조항 등으로 강제하는 방식이라도 합의만 이뤄진다면 획기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