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가압류 노동자 지원단체 '손잡고'와 고려대대학원 보건과학과 김승섭 교수 연구팀, 심리치유센터 '와락'은 쌍용차, 유성기업을 비롯한 9개 기업의 노동자 23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상당수는 우울증세로 고통을 받았다.
지난 1주 동안 잠을 설치고 고립감을 느끼는 등 우울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남성 노동자는 59.7%, 여성 노동자는 68.8%였다.
같은 나이대,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남녀 노동자 각각의 11배, 10.3배다. 일반 남성 인구의 6.3%, 여성 인구의 8.3%가 이런 증상을 겪는 데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죽음도 생각했다.
조사 대상 남성 노동자의 30.9%가, 여성 노동자의 18.8%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일반 남녀의 경우엔 각각 1.3%, 1.4%가 이 같은 생각을 했다.
생각은 이따금 시도로 이어졌다.
조사 대상자 중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시도했던 남성 노동자는 6명이었다. 같은 나이대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43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가 이들의 어깨를 짓누른 탓이다.
회사나 경찰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받아든 손해배상 청구 소송액이 10억 원 이상인 노동자가 74.6%에 달했다. 이 중 200억 원 이상을 떠안은 사람들도 56명이다.
김승섭 교수는 "손해배상‧가압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미래를 가압류시키고 저당 잡히게 해 희망을 빼앗아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창"이라고 덧붙였다.
동료들은 노조에 돌아오지 않았다.
손해배상‧가압류 제기 이후 "동료가 노조를 탈퇴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94.9%에 달했다. 노조원의 수가 줄어 들었다고 한 응답자는 174명이었다.
응답 노동자의 94.4%가 "손해배상‧가압류의 목적은 노동자의 쟁의를 제한하거나 노조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짚은 결과로 이어진다.
손잡고 박래군 운영위원은 "업무방해죄라는 형사적 압박과 함께 손해배상‧가압류라는 민사적 압박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중요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는 실정에 "사회는 물론 국회 차원에서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