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 신용등급 'AA-(안정적)'로 유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한국 신용등급을 기존 등급과 같은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수준인 'AA-(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24일 발표했다.

또 한국 외에도 대만과 벨기에, 카타르 등을 AA-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피치는 "대외건전성과 여타국 대비 견조한 거시경제 성과,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ㆍ低생산성 등 장기 도전 요인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2017년 3.1%에서 지난해 2.7% (한국은행 속보치)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다수의 AA 등급 국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득주도 수요 증대와 정부투자 확대 등 정책 노력에도 민간투자·수출 둔화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2.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저임금을 두 차례 크게 인상한 결과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고 저숙련 일자리 창출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올해와 내년 성장률의 둔화 조짐에는 경제활동인구 감소, 조선업 등 구조조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피치대외적으로도 향후 글로벌 무역갈등 등에 따른 하방위험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FTA 개정을 통해 한·미간 무역 갈등 가능성이 감소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도 제한적이지만, 세계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은 상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은 지난해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4분기에 둔화된데다 최근 수개월간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피치는 남북 관계에 대해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긴장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은 국가 신용등급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비핵화 진전으로는 국제연합(UN)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에는 불충분하고, 외교적 진행 과정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다음 달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과정에 진전이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단기간 내 통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상태(balance sheet)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외건전성에 대해서는 견고한 대외순자산 상태 등 높은 대외건전성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도 유사 신용등급 국가보다 높은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시현했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가 향후 몇 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올해 흑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보유액도 AA 등급 국가의 중간값도 2.7개월어치 경상지급액에 불과한데, 한국은 7.1개월 경상지급액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3월부터 외환시장 개입정보를 공개하면 정책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는 GDP 대비 38.6%에 머무른 정부 부채에 대해 AA등급에 부합(중간값 39.4%)하고, 특히 전체 공기업 부채는 2013년 GDP 대비 23.3%에서 점차 감소해 2017 기준으로는 GDP 대비 17.9%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향후 재정 확대로 2022년까지 GDP 대비 43.7%로 증가할 전망이다.

피치는 이미 올해 중기 재정계획에 정부의 적극적 재정기조가 명확히 반영됐는데,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 등을 감안한 재정소요에 대비하려면 지출 여력확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공기업(SOE)에 대한 명시적 보증채무는 2010년 GDP의 2.8%에서 낮아져 지난해 1.1%로 낮은 수준인 반면, 묵시적 우발채무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통화 부문에서는 가계 부채 증가세(지난해 7월 기준 GDP 대비 96.0%, BIS)가 지속돼 중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증대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증가속도가 둔화됐고, 높은 가계 자산이 금융안정성 위험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지만 최근 경기 둔화에 따른 물가압력 완화 가능성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거버넌스 분야에는 다소 낮은 수준(세계은행 거버넌스 지수 75%)이나, 정부의 투명성 제고, 정경유착 해소 노력 등으로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1인당 국민소득은 AA 등급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경제 발전 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높다고 강조했다.

기업 환경도 세계은행의 'Doing Business' 순위에서 190개국 중 5위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피치는 향후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정·경분리 등 거버넌스 개선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통해 가계부채 악화 없이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 등을 확보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 등을 하향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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