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23일 국방부 청사에서 일본 P-3 초계기의 초저고도 위협비행 사건을 발표하면서 "또 다시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 중장이 언급한 '대응행동수칙'은 해상에서 타국 함정과 초계기의 위협을 받을 때 우리 군이 취할 자위권적 차원의 '대응 매뉴얼'을 말한다.
그간 군은 공해상에서 타국 함정과 초계기가 근접 접근할 경우 무선통신망 가동 외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전시가 아니고는 공해상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지난 2014년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 때 21개국이 합의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한 규범(CUES)이 있기 때문에 이를 준용해왔다. 이 규범은 해상에서 예상치 못한 함정과 항공기 간의 조우가 있을 때 적대적인 행동을 막도록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무선통신 방법, 함정과 항공기 근접 속도 등이 명기되어 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가 오늘 우리 대조영함에 접근하는 속도와 근접거리, 비행고도 등은 CUES가 상정한 상황보다 더 위협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해군 출신 한 예비역은 "P-3 초계기가 우리 함정 540m까지 접근하고 60~70m 초저고도 상공으로 비행할 때의 속력이라면 5초 이내에 함정과 충돌할 수 있다"면서 "CUES와도 배치되는 마치 '가미카제식'의 위협 비행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0일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대해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대응행동수칙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타국 함정이나 초계기 등 군용기가 우리 함정에 근접 또는 저고도 위협 비행을 하면 일단 무선으로 경고통신을 한다. 이날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P-3 초계기가 대조영함으로 접근하자 20여 차례 경고통신을 했다.
대조영함은 P-3 초계기를 향해 "귀국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라", "더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내용으로 경고통신을 했다. 그러나 P-3는 응답하지 않았다.
바뀐 매뉴얼은 경고통신에 응하지 않거나 퇴각하지 않을 경우 사격통제레이더(STIR-180)를 가동하고, 최악의 경우 무기체계도 가동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조영함은 이날 P-3 초계기가 60~70m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했지만, STIR-180을 가동하지는 않았다.
이에 군 관계자는 "대조영함은 STIR-180을 작동시키지 않았다"면서 "STIR-180은 국제협약에 따라 상호 적대적 행위로 오인될 수 있는 무기체계이므로 평시에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가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STIR-180을 조사한다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함정에서 적대 행위가 확인되면 STIR-180을 조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이 국제협약상 '평시 가동'을 금지한 STIR-180 가동을 매뉴얼에 포함한 것은 일본 초계기가 대잠수함 격침 어뢰 등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무장 탑재가 가능한 군용기가 상호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서 근접 비행했다는 것은 명백히 의도적인 위협 비행 행위"라고 지적했다.
마지막 대응 수단인 경고사격 등 무기체계 가동 여부는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진다.
함정의 권한에 따라 취해지며 사후 지휘부에 보고해도 된다.
군 관계자는 "탐지 장비와 무기체계 가동은 함장이 승조원을 보호하는 조치에 해당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자위권적 차원에서 무기체계도 가동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20일 일본 P-1 초계기 위협 비행 때는 광개토대왕함에서 전자광학카메라(EOTS)로 초계기를 촬영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보완된 매뉴얼에 의해 EOTS는 물론 함정 비디오카메라로 P-3 초계기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