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해 발간한 네차례 보고서에서 2019년 경제성장률을 2.9%→2.9%→2.8%→2.7%로 하향 조정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중국의 경기둔화, 반도체 가격하락 등 대외 여건이 나빠진 데 따른다.
일단 세계 경제의 흐름상 한국은행이 올해 첫 보고서에서 2.7%보다 큰 숫자를 제시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3.7%로 예상했던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3.5%로 낮췄다. 세계은행(IBRD)도 이달 초 2.9%로, 반년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남은 선택지는 2.7% 유지 또는 하향조정인데, 어느 경우도 간단치만은 않아 한국은행으로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7% 전망 유지는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반하는데, 현재 이같은 장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IMF는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2.5%)과 중국(6.2%)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각각 전년대비 0.4%포인트나 낮췄다. 미·중 양국을 중심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형편을 감안할 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2.7% 아래로 전망치를 수정하면 이 역시 논란을 부를 여지가 있다. 시장에 비관적 신호를 주는 것은 물론, 금융통화정책상의 혼란을 자초하는 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30일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1.50%→1.75%)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한은으로서는 경기과열을 억제할 금리정책을 써놓고서 경기 둔화를 경고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놓고도 한국은행은 국제 경기전망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IMF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보다 0.1%포인트 낮춘 3.6%로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아울러 이날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관련 논의를 한다. 두달 전에 열린 직전 회의에서 한차례 인상된 만큼 이번에는 기준금리 연 1.75% 동결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도 우리 경제가 2%대 중후반의 성장세를 보이고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