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의원은 흙바닥에 깔린 축축한 골판지 상자와 헤어진 방수제 포대를 그대로 놔둔 채 단출한 의자와 탁자로 간담회장을 꾸며 이 건물이 얼마나 누추한지 부각했다.
썩은 서까래가 구멍 난 슬레이트 지붕마저 버겁게 얹고 있는 실내에선 야당과 언론의 지적처럼 이곳이 과연 투기할 만한 건물로 보이냐고 반문하듯 퀴퀴한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마케팅 전문가인 손 의원의 노림수가 엿보였다.
오후 1시 55분께 손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환호 속에 개선장군처럼 등장했다. 블랙 앤드 화이트로 정중하면서도 화려하게 차려입은 패션이 연극 무대 같은 간담회장의 차가운 시멘트 벽과 대조됐다.
손 의원은 "혹시 SBS 기자들 왔나. 그분들을 앞자리로 모셔달라고 얘기하려고 했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여쭤보고 싶다. 왜 뒤에서 취재하고 왜곡된 기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서 전 국민을 소모전으로 밀어 넣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인터넷으로 간담회를 직접 생중계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 되고, 저는 생중계를 통해서 국민이 이 내막이 뭔지, 자초지종이 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은 그런 맥락이었다.
간담회는 '발끈'과 '버럭'의 연속이었다.
손 의원은 "저 정도 되는 초선 의원과 관련한 정말 얘깃거리도 안 되는 일 때문에 국가 전체가 시끄러운 데 대해 국민에 죄송하다"며 "여러분이 저한테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대동하고 탈당 기자회견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당당한 태도와 목소리였다.
어떤 질문에는 도리어 질문으로 되받아치기도 했다.
"의도가 선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자 "왜 선하게 안 보이나"라고, "의도는 좋은데 투명하지 못했다"고 하자 "투명하지 않은 게 뭐가 있나"고 반문하는 식이었다.
다소 장황한 질문에는 "요점이 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손 의원은 특히 자신이 디자인한 민주당 수첩을 꺼내 들고 투기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투기는 매매 차익을 내야 투기인데, 나전칠기 유물까지 넣어서 국가에 주겠다는데 이게 무슨 투기인가"라며 "투기는 이용관리 의사가 없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투기는 보유 기간이 단기간이어야 하는데 저는 죽을 때까지 자원봉사자로 일할 거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 차명 의혹과는 목숨 걸고 싸울 것이다. 그건 아니다"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상충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그 질문은 그만 받겠다. 이해충돌은 지겨워서, 그 얘기는 못 하겠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손 의원은 "청년이 떠나는 지방 소도시에 청년이 들어와 활동하도록 증여를 했고, 그들은 목포 시민이 됐다"며 "거기서 제가 어떤 이해상충을 했나. 제가 걔네들 한테 돈을 받나. 제가 다른 사람 자리를 빼앗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변호사와 얘기해서 법적으로는 안 걸려도 국회의원으로서 다른 이익이 저한테 올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사과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초반 긴장한 듯 "앉아서 해도 되냐"고 묻고 꼿꼿이 허리를 폈던 손 의원은 이렇다 할 '송곳 질문'이 나오지 않자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마무리 발언에선 "저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며 "제 노후에 일주일에 반은 꼭 목포에 와서 지내겠다. 나중에 옛날얘기 하면서 여기 박물관에서 멋진 파티를 하자"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통상 여당 대표가 참석하는 지방 행사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간담회 1시간 전에 건물을 개방하기로 공지했으나, 이미 2∼3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일부 주민이 간담회 참관을 요청하는 등 지역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1시간 30분여 질의응답을 마친 손 의원은 건물 밖으로 나가 기다리던 주민들과 인사했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직접 목포를 방문해 현지인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민들은 "목포를 지켜주세요"라며 손 의원 이름을 연호했고, 손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주민들과 인사한 후 다시 개선장군처럼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