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
네이버는 최종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3일 열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국내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환경이 너무 잘 형성돼 있고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잘 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인터넷은행 사업을 시행할 때도 참여하기를 바랐던 것으로 안다. 그때도 검토했을 때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고, 이번에도 심사숙고 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서 "향후 또 어떤 결정을 할 지는 알 수 없다. 그 상황에 가봐야 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탄탄한 자본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진출할 경우 카카오뱅크 못지 않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네이버 자체적으로도 지난 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 이후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막판 고심 끝에 불참 결정을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IC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 전 "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1대 주주가 돼야만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라인'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곧 진출하지 않겠냐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었다.
라인은 일본과 태국에서 현지 은행들과 합작해 신규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공동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최근 라인파이낸셜이 현지 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했다.
◇ 정부여당, 애써 침착한 모습이지만 '어이할꼬?'
금융당국은 애써 침착한 모습이다. 금융위는 지난 주말 기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30개 이상의 업체가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ICT 기업들의 참여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카카오뱅크처럼 이용자 풀이 확실한 데라면 통신사나 유통 체인들도 가능하다"면서 "특례법이 통과될 당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신청자 붐이 좀 일면 좋겠지만 30여개의 업체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도 적지는 않은 것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특례법을 통과시킨 거나 다름없는데 네이버가 들어오지 않으면 말짱 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특례법 통과 시킬 당시 청와대와 금융위는 ICT 기업을 들어오게 해서 전자상거래 시너지를 나게 하고 산업을 활성화 시키자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지금 관심을 보이는 곳은 결국 금융권 사업자들 뿐이지 않느냐"면서 "금융사에게 인터넷은행을 주려고 청와대까지 나선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인터넷은행은 '대어'로 꼽히던 네이버가 최종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막강한 경쟁자가 사라진 것이지만, 힘 있는 제 3인터넷은행, 제4인터넷은행의 등장을 통해 인터넷은행 시장이 더 커지고 규제를 완화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규제 개선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는 시중은행의 '일부'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제 3, 제 4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겨서 판이 커지고 그만큼 필요성이 제기돼 규제 개선 부분에 있어서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힘이 좀 센 네이버가 들어오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날 인터넷은행 인가 설명회를 열고 구체적인 평가항목, 배점을 발표한다. 이후 3월 중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5월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본인가 승인과 전산설비 구축 등이 이뤄지면 2020년 상반기 안으로 제3의 인터넷은행이 공식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