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포문을 연 쪽은 젊은빙상인연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손혜원 국회의원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불거진 빙상계 폭력과 성폭력의 책임이 전명규 전 부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한체대)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넘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들의 스승인 전명규 한체대 교수가 이를 알고도 은폐했고, 사태를 더 키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제자들의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전 교수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진실을 덮으려 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연대 측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고 폭로했다. 이어 전 교수에 대한 수사와 정부의 성폭력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전 교수는 연대 측이 조재범 전 코치를 회유해 자신에 대한 비리를 캐내기 위한 증거 채집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전 교수는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의 비리를 주면 (조재범에게) 합의서를 써주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빙상계 대부인 자신을 물러나게 만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번 사태가 파벌 싸움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이 폭로전을 통한 진실공방, 책임공방 양상이 전개되면서, 모처럼 한국 체육계의 구태를 뜯어고칠 계기를 마련한 빙상계 미투 운동이 고질적인 파벌 싸움 프레임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