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는 이이경의 삶은 계속될 예정이다. '붉은 달 푸른 해' 종영 바로 다음 주부터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 2 촬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너무 못 쉰 거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물음에도 이이경은 "일할 때가 좋아요. 일할 때가 좋아요"라며 웃었다.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열정의 아이콘을 꼽자면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를 들 수 있다. 가장 해로운 벌레를 '대충'이라고 말할 만큼, 매사에 철저하고 성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이경과 인터뷰하면서 그를 유노윤호의 뒤를 잇는 신흥 열정의 아이콘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쉬라고 하는데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무리해서라도 일하고, 자는 시간을 '죽어있는 시간'이라고 하는 그를 보면서.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붉은 달 푸른 해' 종영 기념 이이경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드라마 얘기뿐 아니라,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물었다.
◇ '붉은 달 푸른 해'는 이이경의 '인생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이었다. 아동학대 가해자만을 처단하는 연쇄살인범 '붉은 울음'이 드라마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원래 이 문제에 관심이 있었냐고 묻자 이이경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아동학대란 단어도 알고 사회적인 문제인 것도 아는데 이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동학대 가해자나 피해자도 아니라서"라고 부연했다.
오히려 이이경은 작품을 하면서 제작진에게 '정말 이런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실제론 더 심해서 방송에 나갈 수 없는 수준도 있다는 답을 들었다. 보는 내내 울었다고 하는 시청자 반응을 보면서 이이경은 생각했다. "확실한 사회 문제인데 짚어지지 않았던 거구나"
이이경은 모르는 게 있으면 김선아에게 물어보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사회 문제를 짚는 것도 있지만, 캐릭터 각자의 아픔이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정보를 알려줄지 고민했다고.
'붉은 달 푸른 해'에서 한 방이 있는 진지한 원리원칙주의자 강지헌을 연기하며, 이이경은 자신의 대표 이미지인 '코믹함' 말고 다른 연기 역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침착한 강지헌을 연기하는 자신을 시청자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네가 나오면 사람들이 웃을 준비를 할 거야.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가야 변화하는 과정이 있는 거야"라는 말에 강지헌이란 인물을 끝까지 힘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강지헌은 이이경의 인생 캐릭터일까. 이이경은 "('으라차차 와이키키') 준기도 그렇고 매 캐릭터가 다가오는 게 컸다. 또 다음 작품을 이어간다면 갖고 갈 수 있는 캐릭터 같다. 마음속 제 인생 드라마이긴 했다. 너무 메시지가 좋아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울림이 가시지 않을 것 같다. 너무 좋은 대사들이 많았다. 사실 저 끝나면 캐릭터하고 현실하고 구분 잘 짓는데, (이번엔) 잘 안 나와진다. (끝난 지) 며칠 안 돼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만큼 울림이 셌나 보다"고 전했다.
◇ '시즌의 아이'가 되다
이이경이 지난해 출연했던 드라마 중 '으라차차 와이키키'와 '검법남녀' 2편은 새 시즌 제작이 확정됐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아직 시즌 2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주인공 차우경 역을 맡은 김선아는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대본 마지막 회 나오고 선아 선배님이 제일 좋아하셨던 부분이 있어요. (원래) 에필로그가 있다고 했잖아요. 앞에 방송 분량이 너무 길어서 (본방송 때는) 못 나갔지만. 윤태주가 감옥에 갇히고 한 명씩 일상생활이 나오는 거예요. 시민이 문자 받는 거로 시작해서 수영이(남규리 분)도 잡고 그다음에 제가 받을 거예요. 형사 수사본부 해체되고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붉은 울음의 문자가 와요. 태주는 감옥에 가만히 있어요. 그러고 우경이도 (문자를) 받아요. 선아 선배가 '이거 시즌 2 예고 아냐? 암시잖아, 암시!'라고 하셨어요. 2는 뭐로 하고 3는 가정폭력 뿌리 뽑아버리자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더 좋은 그림을 위해서 못 나갔지만, 그게(에필로그가) 나가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싶어요."
하는 작품마다 족족 시즌 2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어제 종방연 갔는데 어느 분이 '시즌의 아이 아냐?'라고 하셨다.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내 '붉은 달 푸른 해'도 시즌 2가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이경은 "작가님이 그러셨다. '준기야, 네가 시즌 1 때 너무 영향을 많이 끼쳐놔서 네 분위기가 너무 많이 남아서 (글이) 안 써져. 네가 나와야 이어지지'라고.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오늘(18일)이나 내일(19일)도 촬영할 거다. 감독님은 '터치 안 할 테니까 끝나고 와. 기다려줄게'라고 하셨다. 이 정도면 어떤 배우라도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이이경은 "남자 배우들은 연락이 안 되지만, 인선이나 원희나 누군가가 나온다면 부담이 덜할 텐데… 힘 빼고 하면 시즌 1의 느낌이 없네 하실 것 같다. 이게 저희 동창생들 얘기다. 평균 이하의 친구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 누군가 좌절하려고 할 때 희망을 잃지 않고 우리끼리 끌어주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들도 분명 여러 감정을 느끼실 것 같다"고 귀띔했다.
◇ 이이경 '열일'의 이유
이이경은 주말 이틀 정도만 쉬고 바로 다음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오히려 신이 난 듯했다. 열일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열일한다는 기준이 있다면, 저만큼 하는 다른 배우분이 누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돌려줬다.
이어, "작품을 쉬지 않는 게 열일이라면 저는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쓰임이 된다는 것이지 않나. 쓸모 있는 아이라는 건데, 그렇다면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이경은 건강상의 문제나 정신적인 문제가 없다면 계속 열심히 일할 예정이다. 오히려 회사에서 '안 쉬냐'고 물어온다고.
최근에는 '퍼즈(PAUSE)-노력을 이기는 일시정지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냐고 물으니 "아직 1/5밖에 안 읽어서…"라면서도 "쉬는 게 더 발전일 수 있다. 일시정지라는 게 멈춰있는 게 아니라 그다음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봤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이경은 자신의 스마트폰 달력을 보여줬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이 있었다. '국경없는 포차' 촬영 끝나고 입국하고 곧바로 '붉은 달 푸른 해' 미팅을 했고, 틈틈이 운동했으며 홍콩 'MAMA'도 다녀왔다.
"가끔 이거(달력) 보면 징그럽기도 한데 잘 해냈다는 것만으로 좋아요. 어떤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이번 작품 끝나고. '네가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넌 이룬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