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2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청취자의 "정부가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고 독불장군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민심을 더 살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옳은 말씀이시다"라며 "특히, 최근의 여러가지 일들을 보면서 저부터도 낮아져야겠다. 늘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누가 어쨌다는 것을 제가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문제에 왜 대응을 이렇게 할까 싶을 때가 있다"며 "그럴 때는 조용히 말씀을 드리고는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비위 등으로 불거진 기강해이 논란이나 기획재정부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더불어민주당의 손혜원·서영교 의원 공방 등을 대응하는 과정에 아쉬움이 많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총리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이미 수사 단계에 있거나 또는 고발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가 따로 말씀드리는 건 조금 뭐 합니다만, 그런 일들 자체가 저희들이 더 긴장해야 된다는 경종이라 생각한다"며 "권력형 비리까지는 아닌데 뭔가 좀 허술함이 드러난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사건에 대한 관계부처의 대응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딱 그 대목만 보도가 되는 그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말을 좀 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청와대나 정부, 여당을 가리지 않고 아쉽거나 의문스러운 점은 직접 묻는다고 한다.
특히, 이날 이 총리는 매주 월요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오찬을 함께하는 주례회동의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오찬 회동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과 국무조정실장 등이 함께 배석한다고 한다.
이 총리는 "월요일 점심을 원칙적으로 한다"며, 오늘 다룬 현안은 "미세먼지도 있었고, 음란물을 올리는 웹하드에 대한 논의 등 예닐곱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정치적 쟁점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런 것은 거의 없다"면서도 "어쩌다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대통령께서 '따로 5분만 이야기를 합시다'라든가 또는 '제가 잠깐만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따로 옆방에 들어가 말씀을 나누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총리는 '당정청 3+3+3' 협의체가 매주 일요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가동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 총리는 "매주 일요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한다"며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정책실장·정무수석, 정부에서는 총리·부총리·국무조정실장, 여당에서는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심지어 야당 지도부들과도 자주 만난다며 그들을 초청해 "총리 공관에서 막걸리를 많이 마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좋은데"라며 협치가 잘 안되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 총리는 차기 대권 도전 의사에 대해서는 "아이고, 사실은 총리도 굉장히 벅차다"며 "더 막중한 책임 있는 자리를 하겠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라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또 "(차기 대선을) 지금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참 두려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리는 지난해 추석 이후로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총리는 "맨 처음에는 얼떨떨했다"면서 "이제 자꾸 몇 달 동안 그러니까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그런데 너무 그것에 그렇게 많이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래도 기분은 좋으시죠'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일부러 나쁠거야 있겠느냐?"고 솔직히 답한 뒤, "제가 국민들한테 야단 맞고 그러면 총리를 할 수 있겠나, 정부한테 큰 짐이 될 텐데 문재인 정부한테 짐이 안 되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이낙연 총리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3.1절에 북측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기초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거의 준비를 하고 협의를 하기 때문에 긴 과정이 필요치는 않을 것"이라며 "남북 간에 논의를 추가로 하는 기회가 금방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3.1절 서울 답방설은 부인했다. 이 총리는 "검토는 안 되고 있다. 국민들의 상상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앞으로의 목표로 '경제악화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 경감'과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꼽았다.
그는 "나름대로 정부가 한다고는 하고 있지만, 상당한 분들이 고통을 겪고 계신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런 고통 앞에 더 겸허하게 같이 공감하면서 고통을 덜어드리도록 세심한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개인으로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며 조만간 설 연휴 안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