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원에 따르면 명 부장판사는 오는 23일 오전 10시30분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한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7기로,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기수 후배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졸업 후 1998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시작해 2009년 수원지법 판사로 자리를 옮겨 일선에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논란이 일고 있는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다.
또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사무실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물꼬를 트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심사를 맡아 "범죄 공모관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내 주지 않았다.
같은 시간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한다.
당초 허 부장판사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을 것으로 거론된 인물은 아니었다.
법조계에선 중앙지법의 총 5명의 영장전담판사(박범석·이언학·허경호·명재권·임민성) 중 임·명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2명만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 전 대법관과 직·간접적인 연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허 부장판사의 경우, 박 전 대법관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공범'으로 묶여 있는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강 전 차장의 배석판사로 일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강 전 차장은 박 전 대법관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걸친 각종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강제징용 재판개입을 대가로 '해외파견 법관 확대' 검토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불이익을 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의 야기 법관' 문서에는 직접 서명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측은 심사 배당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두 영장판사가 이번주 심사 담당이어서 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사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피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판사는 피심사자와 연고가 있을 경우 스스로 심사를 회피할 수 있다.
앞서 이 부장판사의 경우 전직 대법관의 영장심사가 배당되자 과거 같은 곳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회피신청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