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세운 'SKY 캐슬', 모든 것이 좋았다

극본·연출·연기 모두 '베스트'…"막장 요소도 신선하게 풀어"

JTBC 금토극 'SKY 캐슬'이 골라인에 다다르기도 전 김은숙 작가와 공유의 '도깨비'를 제치고 역대 비지상파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 주인공이 됐다.

이런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SKY 캐슬' 또한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각자 '베스트 퍼포먼스'를 보인 동시에 서로 절묘하게 결합한 덕분이다.

◇ 불편한 사회문제, 블랙코미디로 영리하게 풀다

'SKY 캐슬'은 입시를 둘러싼 상류층 학부모들의 비상식적인 백태를 다룬다.

보통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보기 불편하고 답답한데, 유현미 작가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풍자를 활용한 블랙코미디라는 장치를 꺼내 들었다.

차민혁(김병철 분)이 캐슬 주민들과 독서 토론을 하는 모습이나 피라미드 조형물을 들고 자식들에게 '계급론'을 펼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자녀가 입시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아 4년 전 2부작 단편으로 입시 문제를 한차례 다뤘다는 작가는 그동안 더 쌓인 취재력으로 'SKY 캐슬'을 썼다.

20부작 긴 호흡에 담아내면서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극 구조는 추리와 서스펜스를 가미했다.

초반 아들을 서울의대에 보내는 데 성공한 캐슬 주민 이명주(김정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한서진(염정아)의 시선에서 풀어가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정체와 혜나의 친부 등 수수께끼를 뒤섞어 궁금증을 자극했다.

물론 '막장극'과 별다를 게 없다는 비판도 있다. 살인과 청부살인, 혼외자녀, 패륜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재들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0일 "'SKY 캐슬' 전반에는 지나친 사교육에 대한 비판이 깔려있다. 대중은 극적 요소가 단순히 '자극을 위한 자극'이 아니라 메시지를 주기 위한 장치에 가까운 걸 알고 드라마를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막장극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아들을 놓고 벌이는 고부갈등은 흔해 빠진 단골 소재지만, 'SKY 캐슬'에서는 '예서 서울의대 보내기'를 중심에 놓았기에 기존 막장극과 달리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 세련된 연출…반전 좋아하는 트렌드도 활용

연출도 영리했다. 안방에서만큼은 막장극 특유의 자극적인 맛도 즐기고 싶고, 그렇다고 너무 격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도 유지하고픈 시청자 욕구에 부응했다.

좋은 것들로 한껏 치장한 '상위 0.1%'들과 그들이 사는 궁궐을 배경으로 한 덕분에 화려한 장면들이 가능했고, 풍자 장르라 과감하고 자극적인 연출도 자연스러웠다.

차민혁(김병철) 주도로 이뤄진 독서모임이나 한서진(염정아)과 이수임(이태란) 간 대립각 등 수많은 장면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세련됨을 잃지 않아 시청자 눈을 홀렸다. 그러면서도 이명주(김정난)와 혜나(김보라) 죽음이나 영재(송건희)의 복귀 등 장면은 수사 장르를 보는 듯 긴장감 넘치게 그려졌다.

JTBC 드라마국 관계자는 수준 높은 연출 비결에 관해 "'SKY 캐슬'은 모든 배우가 이른 시간에 출연을 확정했다. 덕분에 캐스팅 단계에서 시간을 절약하고 촬영 준비 기간이 길어져 콘티 작업을 많이 해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차 교수가 아들 2명을 공부방에 가둬놓고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 장면은 국내 여느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연출 방식"이라며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시청자들까지 끌어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경음악도 세련을 강조했다. '1987' 등 30편이 넘는 영화에 참여한 김태성 음악감독은 'SKY 캐슬'에서도 '위 올 라이'(We all lie)와 클래식을 배경에 삽입해 분위기를 살렸다.

'SKY 캐슬'은 또 '반전'을 유난히 좋아하는 국내 시청자 성향을 잘 활용했다.

스토리 자체와 혜나 등 캐릭터도 반전이 거듭되지만, 마케팅도 그랬다. '스타 캐스팅'이 없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초반 홍보를 최소화한 '덕분에' 첫 회 시청률은 1%대(닐슨코리아 유료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2회는 입소문만으로 4%대까지 뛰어올랐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시청자는 시청률 반전에도 쾌감을 느꼈다.

다양한 반전 요소는 드라마 흥행 필수 요소인 '온라인 회자 빈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본 유출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로 결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온라인을 위주로 'SKY 캐슬'이 회자하는 빈도는 폭등했다. 이러한 관심은 다시 본방송에 대한 시청률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보였다.

◇ 최전선에 '어머니'와 '쓰앵님'…아역까지 혼신의 연기

연기 베테랑인 중견 배우들 활약 또한 빛났다. 아역들 연기도 흠잡을 곳 없어 몰입을 방해하는 '연기 구멍'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주목받는 이는 각각 '쓰앵님'(선생님)과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염정아와 김서형이다.

염정아가 연기한 한서진은 상류층 '사모님'으로서 부와 지위 세습을 위해 자녀 교육에 목숨 건 인간이다. 동시에 선지집 딸이라는 '천한' 출신 때문에 시어머니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는 등 나름대로 욕망의 근거를 장착한 인물이기도 하다. 염정아는 자칫 한쪽으로 치우쳐 설득력을 잃을 수 있는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시청자를 극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김서형은 특유의 무표정과 절제된 대사 톤으로 베일에 싸인 입시코디 김주영 선생을 연기, 극의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10년 전 일일극 '아내의 유혹'에서 신애리를 연기한 동일인이 맞냐는 반응마저 나온다. 김서형이 구축한 독보적 캐릭터는 각종 CF와 개그 프로, 유튜브 등에서 따라하기 열풍을 낳았다.

이밖에도 정준호, 윤세아와 김병철, 오나라와 조재윤, 이태란과 최원영 등이 캐슬 내 인간군상을 풍자해냈다.

서울의대만 바라보고 엄마에게 신경질을 부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노력파' 예서(김혜윤), 캔디형이기보다 영악하게 자기 욕망을 추구할 줄 아는 보라(김보라) 등 성인 못지않게 복잡한 캐릭터를 소화한 아역들에게도 찬사가 쏟아진다.

JTBC 관계자는 "'SKY 캐슬'은 일반 미니시리즈에 비교하면 등장인물이 매우 많고, 주연뿐 아니라 조연까지 각자가 지닌 내러티브가 굉장히 강하다"며 "다행히 배우들이 적절하게 캐스팅됐고 훌륭하게 소화해줘 이렇게 열렬한 반응을 얻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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