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트럼프 트위터…뒷문만 이용한 김영철

김영철 방미 최대한 로우키로 진행, 셧다운 상황 감안한 듯

지난해 6월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받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김 부위원장을 배웅하는 장면도 언론에 공개됐다. 배웅 직후에는 기자들과 짤막한 문답도 주고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한 뒤 배웅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2018/06/01
그러나 18일(현지시간)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은 철저히 비공개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자료 형태로 짤막하게만 전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만나는 모습을 언론에 내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의 트위터에도 일절 북한 관련 내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지난번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김영철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을 ‘이벤트’로 활용하지 않았다.

북한 고위관리가 직항편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방문하고, 18년만에 숙박까지 하는 이례적인 방문이었지만, 도착 당일까지 숙소가 어디인지조차 끝까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고위급 회담 일정도 회담 전날 밤에서야 기자들에게 통보됐다.


김영철 부위원장 또한 자신의 방미 사실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전날 17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 도착할때도 취재진을 피해 별도의 통로로 이동하는가 하면, 숙소인 호텔에 들어갈 때도 정문이 아니라 화물 출입문을 이용해 언론 카메라를 따돌렸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이용한 워싱턴 듀폰서클 호텔 뒤편 출입구. 폐기물을 반출하기 위한 장비들이 눈에 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해당 출입구는 주로 쓰레기 등 호텔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반출하기 위한 장소로 보였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 백악관 방문을 위해 호텔을 나설 때도 화물 출입구를 통해 이동했고, 백악관 방문을 마치고 오후 2시쯤 돌아와서는 숙소에서만 머물며 두문불출했다.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은 객실이 ‘V’자로 난 2개의 복도를 따라 늘어선 구조인데, 미 국무부는 8층의 복도 한쪽에 붙은 모든 객실을 예약했다. 또 김 부위원장은 9층의 펜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펜트하우스에 딸린 테라스에서는 백악관을 포함한 워싱턴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래에서 올려다본 펜트하우스의 창문은 커튼이 계속 쳐져 있어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호텔 측은 보안을 위해 펜트하우스로 통하는 직통 엘리베이터를 운영했고, 8층에서도 북한 대표단이 묵고 있는 쪽의 객실 복도 입구에는 보안요원들이 지키면서 기자와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미국과 북한 측이 모두 이번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의 워싱턴 방문을 최대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로우-키’(low-key)로 진행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별도 통로를 통해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원인은 사상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다.

장벽예산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 측 인사와의 회동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과시할만할 정도의 결과를 낳지 못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백악관은 ‘2월 말쯤’이라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시점만을 공개했다.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못했고, 장소도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미국 조야에서 2차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야한다는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이정도의 결과만으로는 오히려 진전이 없었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로우키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협상의 돌파구가 열렸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에따라 정상회담의 세부 사안을 논의하는 북미간 실무급 회담에서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 등은 물론 비핵화 의제 등에 대해 얼마만큼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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