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내부고발자 "저도 잘못…박소연 대표 떠나야"

"잘못있는 사람 모두 떠나야…깨끗하게 모범적으로 운영되길"

"제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저도 물론 잘못했지만, 이 안(케어)이 너무 썩었어요.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야 합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의 구조동물 안락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A씨는 19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공익제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서 과거의 잘못에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케어를 떠나고 젊은 사람들 위주로 케어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며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2014년 5월 케어에 입사한 A씨는 2015년 1월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으로 임명돼 케어의 동물보호소 관리를 맡아왔다.


A씨에 따르면 케어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50마리의 구조된 동물들이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희생됐다. 보호소 내 수용공간이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A씨는 "박 대표는 발령 초기부터 보호소 내 입양이 어려운 사납고 늙은 개체들을 안락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수의사로부터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은 채 안락사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 대표는 구조에만 열을 올렸지 구조를 하고 나면 구조된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능력 밖의 구조 활동이 계속 이뤄지고 안락사당하는 동물들도 늘어나는 상황을 더는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책임도 인정했다. A씨는 "박 대표도 (안락사 사실을) 속인 사람이고 나도 속인 사람"이라며 "잘못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케어를 떠나야 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직원들 위주로 케어가 깨끗하게 모범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안락사가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며 후원금을 받아왔다.

이에 일부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케어가 후원자들을 속여 모금 활동을 했다며 사기 등 혐의로 박 대표를 고발한 상태다.

A씨는 이번 폭로로 후원자가 줄지어 이탈하며 보호소의 동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했다.

A씨는 "오랫동안 눈 가려온 잘못을 이번에야말로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래야만 후원자들도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폭로 뒤 추가로 불거지는 박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저도 사실 충격을 받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가 사퇴를 요구한 박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안락사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다만 박 대표가 자리에서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표는 앞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대로 소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사퇴는 되레 무책임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문제는 대책위나 이사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