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미투 사태의 책임자로 거론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차기 동국대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동국대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8일 구성된 제19대 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에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 김봉석 변호사 등과 함께 '사회 분야 인사'로 포함됐다.
이 회장은 불교계 대학인 동국대 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불교 신자인 이 회장은 긴 시간 불교계에서 활동해왔다. 2008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을 맡았고, 2012년부터는 현재까지 회장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신도회의 공익사업단체인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의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2011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불자 대상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16년 체육회장 취임 후 체육회 운영과 관련한 각종 비위 행위, 체육계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들어서는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와 전 유도선수 신유용 등의 잇따른 성폭력 고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동국대 학생 모임인 '미래를 위한 동국 공동추진위원회'는 카드뉴스를 배포해 "이 회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라며 "체육계 성폭력 사태의 책임자로, 태광그룹의 골프 접대 비리에도 연루돼 있다"고 후보자추천위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단체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체육회를 책임지지도 못하는 이 회장이 총장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데 상실감을 느낀다"며 "이 회장은 체육회와 후보자추천위뿐만 아니라 모든 자리에서 사퇴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 단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역시 체육계 성폭력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인사가 학교 총장을 추천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17일 후보자추천위 회의가 열린 동국대 본관 앞에서 이 회장 등 추천위원들을 기다리며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불교개혁행동의 김영국 상임대표는 "전국의 불교 신도를 대표하는 신도회장이라는 사람이 체육계 내부에서 성폭력과 성추행이 일어났는데도 방관했다"며 이 회장을 총장 후보자추천위에서 즉각 해임할 것을 대학측에 촉구했다.
올해 3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19대 신임 동국대 총장은 30일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다음 달 초순께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