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중국을 차례로 꺾고 3연승으로 C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우승으로 향하는 1차 관문을 넘었다. 아시아의 맹주로 불리고도 아시안컵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마지막 우승도 1960년으로 너무도 먼 이야기다. 이후 총 4차례나 결승전(1972년, 1980년, 1988년, 2015년)에 올라 영광 재현을 노렸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표팀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황의조(감바 오사카), 기성용(뉴캐슬), 김영권(광저우), 황인범(대전), 김문환(부산) 등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선수들 위주로 최종명단을 꾸리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필리핀과의 1차전을 마치고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황의조의 결승골로 승리를 챙겼지만 경기력이 썩 좋지 못했다. 상대가 밀집 수비로 나올 것을 알고도 공략에 애를 먹었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생각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온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했던 터라 이번엔 다를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대는 또다시 실망으로 바뀌었다. 세트피스에서 나온 김민재(전북)의 헤딩 골로 1-0 진땀승을 거뒀다. 전력이 우위라는 평가가 무색한 경기력이었다.
대량 득점에 실패한 대표팀. 조 1위로 16강에 오르겠다는 시나리오도 점차 흔들렸다. 오히려 중국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조 1위에 다가섰다.
결국 벤투 감독은 경기 이틀 전 팀에 합류한 손흥민 카드를 꺼냈다. 리그 경기를 마치고 휴식도 없이 넘어온 손흥민.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 역시 상당했다. 경기 출전보다는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은 팀을 위해 헌신을 택했다. 경기 출전을 자처하며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과 충분한 상의 끝에 출전을 확정했다. 그리고 이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중국전에서 대표팀이 기록한 2골 모두에 관여하며 맹활약했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44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됐지만 사실상 풀타임에 가까웠다.
벤투 감독은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손흥민을 두고 "손흥민의 합류로 공격 옵션이 더 생길 수 있었다"며 "그의 노력과 희생에 만족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들게 얻어낸 조 1위라는 결과는 분명 여러 이점을 안겨준다. 일단 16강전까지 5일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또 껄끄러운 상대인 이란과 일본을 4강까지는 만나지 않게 됐다. 벤투 감독이 조 1위를 강조했던 이유다.
59년 만의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한국 축구. 비록 우려는 있었지만 실패는 없었다. 그리고 이 기세가 더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