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적확한 법 규정을 찾기 어렵다고 본다.
검찰은 재판청탁 이외에도 청와대와 각종 재판거래,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수많은 의혹에 연루된 옛 대법원 수뇌부의 혐의 입증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국회의원들 사법처리 문제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17일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찰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의혹이 불거진 전·현직 국회의원은 6명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서 의원 이외에도 유동수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야권에서는 홍일표 의원(자유한국당)과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이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서 의원과 전병헌·노철래 전 의원은 재판부까지 청탁이 들어간 경우다. 서 의원은 지인 아들 형사재판의 형량을 낮추고 죄명을 바꿔 달라고 청탁했다. 전 전 의원은 구속된 보좌관을 조기에 석방해달라는 민원을 했다. 노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당사자가 아닌 다른 국회의원을 통해 청탁이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청탁을 접수하고 재판부에 전달한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행정처 실무 총책임자로서 사법행정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판사의 독립적 재판 권한을 침해했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반면 국회의원들은 임 전 차장과 달리 사법행정 지휘·감독권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국회의원 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의 법원에 대한 직무권한을 남용했으며,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일선 법원 재판부의 사법행정에 대한 권한까지 있다고 볼 경우 말 그대로 '직권남용죄의 남용'이라는 비판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범으로 처벌하려면 이해관계와 범행 과정을 어느 정도 공유해야 하고 이는 진술과 물증으로 입증돼야 한다"며 "상고법원 도입을 목표로 재판과 관련해 지시·보고를 주고받은 사법행정 법관들과 달리 국회의원까지 공범 관계를 무한정 확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의 재판청탁은 '사건의 수사·재판을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하게 청탁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위배되지만 청탁이 모두 법 시행 이전에 이뤄져 처벌이 어렵다.
검찰은 국회의원 청탁 부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옛 사법행정 수뇌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나서 검토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재판을 청탁한 의원들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징용소송에 계획적·지속적으로 개입한 청와대·정부 인사들의 처벌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인 양 전 대법원장 등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며 "청와대 관계자나 정치인 등 법원 외부 인사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 문제는 법원행정처 수사 이후 충분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