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권 접수에 있어 가장 큰 관문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권 민심을 잡는 것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는 책임당원의 절반 이상이 밀집해 있다. 영남의 민심과 이를 대변하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당선의 관건인 이유다.
때문에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영남권에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의원 등 영남 출신 주자들의 당권 도전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황교안계 나오나…'親黃' 단숨에 논란의 중심
황 전 총리는 지난 15일 전격 입당한 뒤 그야말로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덕분에 2‧27 전당대회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몇몇 의원들이 벌써 줄을 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기야 친황(親黃)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황 전 총리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친황 논란'에 대해 "나는 그런 얘기가 나온 것도 모르고, 나는 '친한(親韓)'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한국당과 친하고 싶다"며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도 아니고 따져서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탄핵 책임론이 일 때 마다 "지금은 통합할 때"라며 계파 정치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논란과 견제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한국당의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소집된 전국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탈계파의 자세로 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계파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면 쉽게 모여 있는 뭉텅이 표(밖에 못 얻는다)"고 지적했다. 외연확장을 위해 계파를 버리라는 얘기다. 그는 한편 친황에 대해 "과장됐다. 새로운 사람 옆에 조언하는 정도"라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는 특유의 독설을 퍼부었다. 자신의 SNS에 쓴 글을 통해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고 비꼬았다. 황 전 총리에 줄을 서기 시작한 한국당 의원들을 설치류인 레밍에 빗대 맹목적으로 보스를 따르다가 절벽에 떨어져 죽을 운명이라고 악평한 셈이다.
줄서기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받는 친황(親黃)의 근거지는 '통합과 전진'이란 당내 의원 모임이다. 강석진‧김기선‧김도읍‧김정재‧민경욱‧박대출‧박맹우‧박완수‧백승주‧송언석‧송희경‧엄용수‧윤영석‧이만희‧이완영‧이은권‧정용기‧추경호 의원 등 20명 안팎이 소속돼 있다.
상당수가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인사들로 탄핵 반대파에 속한다. 박완수 의원은 황 전 총리가 경남 창원지검장 재직 당시 시장 자격으로 만났던 인연이 있고, 추경호 의원의 경우 국무총리 재직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들 중 8~9명이 황 전 총리가 입당하던 날 별도의 회동을 했다.
◇ 영남 민심 왜 중요?…黃 우위 속 홍준표‧김병준‧주호영 '도전'
영남권에는 전체 32만8434명의 한국당 책임당원 중 약 50%가 몰려 있다. TK에 9만3706명, PK와 제주도에 7만2787명이 속해 있다. TK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가 채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쏠림인 셈이다.
게다가 사실상 가중치까지 부여된다. 책임당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거인단과 여론조사의 반영 비율은 7 : 3이다. 여론조사로 영남 당원의 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로 경선 룰이 짜인 셈이다.
때문에 실제 선거에선 영남권 당원들의 표심과 일반 여론, 지역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지 성향과 이른바 '오더(투표 지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원내에서 TK, PK 소속 의원들의 머릿수를 먼저 채우는 사람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황 전 총리가 유리해 보이는 지점이다. 현재 TK 지역 의원의 상당수는 친박계다. 대구의 경우 정종섭(동갑)‧곽상도(중‧남) 의원 등은 같은 박근혜 정부 관료 출신으로 각각 행안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역임했다. 황 전 총리의 지지 기반인 통합과 전진 소속 의원들의 절반 이상도 영남권 소속이다.
친박의 조직 기반이 영남권에서 탄탄한 데 더해 일반 여론조사마저 황 전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2일 보도한 신년특집 여론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TK에서 20.8%로 8.5%를 얻은 홍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바깥으로 따돌렸다. 다만 PK에선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가 각각 13.8%, 13.2%를 얻어 박빙을 이루었다.
이는 홍 전 대표가 경남지사를 역임하는 등 PK에서 일정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 외에 경북 고령이 고향인 김 위원장도 지난 지역구 정비 작업을 통해 영남권의 일부 조직을 다졌다는 후문이다.
비박계에선 조직과 여론에서 모두 앞서는 황 전 총리에 대응하기 위해선 영남권 표심을 분열시킬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같은 맥락에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도 출마를 타진 중이다.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