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은 워싱턴, 최선희는 스웨덴…이해 못할 北행보

북미협상 중대 고비에 외교력 분산 의아…모종의 역할분담 관측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사진=백악관 제공/자료사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담판을 앞두고 북한 대미협상의 양대 축이 각각 미국과 스웨덴에서 별도 행보에 나선 배경이 관심이다.

수십년을 끌어온 북미 협상이 일대 변곡점을 맞는 시점에 외교력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분산전략을 펴는 것에 전문가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7일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을 출발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할 예정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도 이날 정오쯤 같은 공항에 나타나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최 부상은 김 부장과 같은 항공편 예약자 명단에도 올라있어 연막작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본인이 "스웨덴 국제회의에서 이야기 하죠"라고 밝힌 대로 스톡홀름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웨덴 민간연구소가 6자회담 당사국들을 초청해 주최하는 반관반민(1.5트랙) 성격의 국제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이 회의 참석에 소극적이었다. 또 하필이면 워싱턴에 이목이 집중된 시점이어서 매우 특이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지금 북미외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지금껏 만나지 않던 스티브 비건(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을 갑자기 공개된 장소에서 만난다는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통일전선부와 외무성 간 역할분담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김영철 부장은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최선희 부상은 스웨덴에서 비건 특별대표와 만나 비핵화·상응조치 등 의제에 대한 실무회담을 벌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일정상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이 먼저 열리고, 비건 특별대표의 스웨덴 회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설득력이 크지 않았다.

회담 일정부터 합의해놓고 의제 조율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큰데다, 두 개의 협의를 굳이 다른 장소에서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그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회담을 평양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럴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김영철과 최선희가 (대미협상에서) 동선을 같이 한 적은 제가 아는 한 없다"면서 "둘의 역할분담을 통해 최선희는 이번에 국제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하거나 말 그대로 일반외교에 나서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에 비춰 김 부장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일정은 물론, 그 성사를 위한 필수조건인 비핵화·상응조치 등 사전 의제 조율까지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의 방미수행단에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이 포함돼있다. 체류기간도 2박3일로 연장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한편, 최 부상이 참석하는 회의가 6자회담 당사국들로 이뤄진 점에 주목해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거론한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협상'의 사전포석 쯤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다자협상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른데다, 북한이 다자협상국으로 염두에 둔 곳도 중국 정도라는 점에서 지나친 의미 부여라는 반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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