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은 도시 살리기 vs 투기'…주민 반응 아리송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제기된 목포역사거리 온종일 '술렁'
주민들 "백번 양보해도 오해살만한 행동한 것은 맞아"

"다시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좋아만 했지, 국회의원이 집을 샀는지 투기를 했는지는 알지도 못했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지인 등을 통해 건물 여러 채를 사들여 투기 의혹이 일자 주민들은 술렁였다.

창성장을 비롯해 손 의원 측근이 사들인 7채의 건물이 몰려있는 대의동 1가 거리에서 40여 년째 사는 정모(82·남)씨는 17일 손 의원 측이 매입한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씩 풀어놓았다.

과거 고급음식점이었던 창성장은 목포근대역사거리에서 시청, 경찰서 등 관공서가 밀집하던 시절 여관으로 운영되다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식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사람이 한번 떠나면 다시 오는 이가 없어 폐허가 돼가던 거리에 밝은 빛을 발하는 창성장 간판은 젊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정씨는 2층 자택 창문에 간판 불빛이 밤새 비춰 잠을 못 이룰 정도였지만, 하루에 많게는 수십명씩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창성장이 신기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아 보여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씨는 손씨 측근이 매입한 다 쓰러져 가는 또 다른 건물을 가리키며 저기는 "목장다방이 있던 자리다"며 "옛날에는 목포에서 목장다방을 모르면 간첩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동네에서 수십여년을 살며 통장까지 한 이모(66·여)씨는 "손 의원이 이 동네를 자주 찾고, 살리겠다고 나서 잘한다 잘한다 하는 마음이었다"며 "사람의 인적이 끊기고 폐허가 돼가는 동네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손 의원을 응원하던 차에 투기 의혹이 터져 동네 사람들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집값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잊을만하면 한 번씩 서울 등 타지에서 부동산 업자들이 찾아와 집을 팔라고 하거나 살만한 집을 사달라고 명함을 두고 갔다고 전했다.

정씨에게도 지난해 평당 200만원에 2층 건물을 팔라고 부동산 업자가 찾아왔지만, 웃돈은커녕 시세와 다를 바 없어 손사래를 쳤다.

이씨는 한 부동산 업자에게 1천800만원가량의 작은 주택을 2천300만원가량에 팔수 있게 소개해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여년째 내놔도 사가는 사람이 없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생겨나니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은 대의동 1가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목포근대문화공간 내 다른 거리를 가리키며 "땅값이 오른 곳은 저쪽이지 여기는 투기와는 거리가 먼 동네다"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말한 거리는 이른바 카페거리가 형성된 곳으로 카페를 차리려는 사람들이 수요보다 건물이 부족해 최근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에게 관대하거나 오히려 동정 여론이 강한 동네 사람들과 달리 외지인들은 투기 의혹에 비판했다.

시민 서모(38·남)씨는 "순수한 의도로 목포를 발전시키려는 의도였다면 지인들과 측근들 명의로 건물을 사들였겠느냐?"며 "아직 목포역사거리가 활성화되지 않아 투기가 아니라는 해명이 통할지 모르지만,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인 만큼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신중한 입장을 보인 시민들도 있었다.

세종시에 출장차 목포를 찾았다 목포근대역사관을 찾아온 박모(46·여)씨는 "(손 의원의) 목적이 정확하지 않아 아직은 투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쇠퇴하고 비어있는 집을 사들여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고 문화재 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측면에서 백번 양보를 해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다.

또 손 의원의 해명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석연치 않고 찝찝한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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