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은 의원실 측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지 못해 입건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황 회장 등 전·현직 KT 임원 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황 회장 등은 2014년부터 4년 동안 19대·20대 국회의원 99명의 후원회에 법인자금 4억 3천여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역시 금지된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고서 바로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모두 11억 5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중 4억 3790만원을 19대와 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입금했다. 일부 의원실에는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귀띔한 뒤 '고맙다'는 답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 등 고위 임원 27명이 동원됐고 주로 KT와 관련된 법안을 처리하는 미방위, 환노위, 정무위를 중심으로 돈이 건네졌다.
한 임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2014년 합산규제법이나 2015년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등을 막는 게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시기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윗선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금품수수자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검찰에 반려 당했다. 3개월 뒤 신청한 임원 3명에 대한 영장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이 반려했다.
황 회장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실무자들의 진술과 보고용 문서, 고위 임원들이 움직인 정황 등을 근거로 황 회장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돈을 받은 의원이나 의원실 관계자들은 송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부분 후원계좌에 들어온 돈이 KT 법인자금인 줄 몰랐다거나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바로 돌려줬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장기간 많은 의원실에 회삿돈으로 불법 정치자금이 들어간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후원금이 법안 저지나 국회 출석 등에 영향을 끼쳤는지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