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대표는 17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황교안 레밍 신드롬으로 모처럼 한국당이 활기를 되찾아 반갑다"고 밝혔다.
설치류 레밍의 습성처럼 우두머리를 좇는 집단의 맹목적 편승효과를 현재 한국당의 상황에 빗댄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마치 레밍처럼 황 전 총리 뒤로 줄을 서서 따르다가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반갑다"고는 했지만 악담에 가까운 조롱인 셈이다.
홍 전 대표는 글 작성 후 약 30분 뒤 ‘레밍 신드롬’을 삭제하고 ‘입당’으로 표현을 비꾸었다.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수위 높은 표현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는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좌파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한국당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당부의 형식이지만, 사실상 황 전 총리가 2‧27 전당대회를 통해 새 당 대표가 되면 한국당이 다시 예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 '친박‧탄핵‧비리' 등 오명의 굴레를 뒤집어 쓸 것이란 경고다. 황 전 총리가 담마진(피부병)으로 받은 병역 면제 판정이 총리 지명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점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홍 전 대표는 앞서 지난 16일 SNS 글에서도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끌어들여 황 전 총리를 '나쁜 놈(the bad)'에 빗댄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손을 떼고 있다가 이제 와 당권을 노리는 행보라는 취지로 장물을 차지하려 악다구니치는 영화 속 악당의 행태에 빗댄 셈이었다.
홍 전 대표가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차기 전대에서 당권을 놓고 경쟁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프리덤코리아의 전국 조직을 완성한 뒤 오는 30일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출마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당권 경쟁이 계파 간 맞대결로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를 출마의 계기로 삼으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완전히 계파논쟁이 굉장히 치열해질 수 있다. 그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그분들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계파 갈등이 치열해지면 자신이 나서 중재해 통합을 이끄는 방식으로 출마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맡을 때와 지난 번 총리에 지명됐을 때 등과 거의 비슷한 심정"이라며 "정말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