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포비아 "외출하기 겁나요"

수도권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서울 잠실 일대가 미세먼지로 온통 뿌옇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새해 초부터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데다 이번 주말까지 그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자 시민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생활과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초미세먼지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장기간 한반도 대기에 체류하는 이상상황을 보이면서 이른바 '미세먼지 포비아'라고 할 정도로 시민들이 갖는 불안감와 걱정도 커졌다.

지난 11일 밤부터 미세먼지가 찾아오면서 나타난 눈에 띠는 변화는 거리가 한산해졌다는 것이다.

회사업무로 일산에서 강남을 오가는 윤모씨(일산 거주)는 "보통 강남까지 가는 데 자동차로 1시간 40분에서 2시간 가량 걸리는데,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했던 14일에는 강변북로의 교통량이 크게 줄어 40여분만에 강남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와 달리 눈에 띠게 거리가 한산해진 건 미세먼지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변북로에서 바라본 여의도가 뿌옇다. (사진=제보자 제공)
서울 강북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남승우씨는 1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길거리에 차들이 별로 안 다닌다. 러시아워 시간에 배달을 다니다 보면 많이 막히는데 (요즘은) 차들이 안 다닌다. 미세먼지 때문에 없었던 현상들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현상이 일상화되고 그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시민들이 아예 바깥 출입을 자제한데 따른 현상이다.

◇ 마스크 없으면 외출 불가…시민들은 두문불출

초미세먼지는 폐포를 통해 혈액으로 바로 흡수돼 몸속을 돌면서 각종 질환을 유발하고 미세먼지에 장기 노출될 경우,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 덩달아 시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이는 생활불편으로 이어지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정주부 김모씨(서울 양천구)는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건강을 해치게 될까 걱정스러워 항상 마스크를 쓰라고 하고 귀가하면 꼭 손을 씻으라고 하는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기간이 길어져 집안 환기를 자주 못시키게 되니까 엄청 불편하고 바깥외출은 안하게 되고 더불어 소비생활도 줄게 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모 주부(서울 양천구)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공기가 나빠 미세먼지 낀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아이 친구들 가운데는 돈내고 듣는 방학특강수업에도 보내지 않는 집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창문을 열면 미세먼지가 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환기를 시킬 수 없다는 것, 바깥에 빨래를 널거나 제때 건조시키기도 어려워 이로 인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

올초 미세먼지가 유난히 짙게 끼는 날이 계속되자 시민들의 대응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미세먼지가 하루이틀 지속되던 때와 달리 연속 나흘동안 이어지고 주말까지도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상을 유지할 것이란 예보에 평소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던 시민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원 김모씨는 15일 "이번에는 미세먼지가 워낙 심해 어제부터 마스크를 구입해 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출근길 만원버스와 지하철은 마스크 착용승객이 절반에 이르고 있고 대낮 시내 주요거리를 걷는 시민들도 하나같이 마스크를 챙겨 끼고 다닌다.

◇"이민 엑소더스 발생할 수도 있어" 우려

일부 시민들은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경남 창원의 직장인 김모씨는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공기 좋은 곳으로 떠나는 이민 엑소더스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고, 주부 정모씨는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눈도 따가워 이런데서 살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주변에 보면 이민을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국민건강과 직결된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국민의 소비패턴에도 일정한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바깥 출입이 줄어들어 교외 외식업체나 야외활동과 관련된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면 미세먼지가 차단된 대형쇼핑몰이나 배달을 통한 구매는 영향이 적은 편이다.

치킨집 대표 남승우씨(BBQ 강북스타점)는 "미세먼지 때문에 내점 손님이 줄고 주로 집에서 시켜드신다"며 "구매 고객데이터를 보면, 일정기간 구매를 중단했던 고객들이 다시 배달주문을 하는 분들이 많고 전체적으로 10~15%는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치킨프랜차이즈 bhc는 "이번 미세먼지로 인해 전국 1450개 점포 평균 배달주문이 5%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쇼핑센터에서 의류건조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하이마트 제공)
대형 쇼핑몰들도 미세먼지 수혜를 보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몰은 매장 내 피플미터 기록을 분석한 결과 1월 첫 주말과 지난 주말 방문객 숫자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정도라고 밝혔고 신세계 스타필드하남의 경우 주말 기준 9만5천명이 찾지만 지난 주말에는 이보다 5천여명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미세먼지가 계속될 경우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공기질이 좋고 그나마 여가시설을 갖춘 대형몰로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기청정기와 빨래건조기는 필수템으로 떠오르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11일~14일까지 공기청정기 110%, 의류건조기 108%, 의류관리기 170% 매출액이(지난해 대비) 급증했다. 공기청정기는 이 기간 판매량이 올 1월 4일~1월 7일 대비 6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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