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시간보다 기록 검토시간이 긴 양승태…재판 대비 포석?

양 전 대법원장, 3차례 소환에서 '조사'보다 '조서열람' 시간이 더 길어
일각에선 "꼼꼼한 기록 검토 통한 재판 대비 전략"
이번 주중 영장 청구 검토하던 검찰 계획에 차질 불가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검찰조사를 끝낸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이후에도 조서검토를 계속 이어가고 있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꼼꼼한 조서 검토가 향후 재판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3번째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오후 늦게 귀가했다. 이날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나 14일 '2차조사' 분에 대한 진술 기록 검토(조서열람) 시간이 늦어지면서 15일 '3차조사' 분에 대한 조서열람은 마치지 못하고 귀가했다.

이에 검찰은 다음날인 16일 검찰에 출석해 열람을 이어갈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이 다른 재판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전날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주 중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려던 검찰 조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서열람 시간이 조사 받은 시간보다 길었던 적은 20년간 수사하면서 한 번도 없었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향후 재판에 꼼꼼히 대응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처음 검찰에 소환돼 약 11시간의 조사를 받은 뒤 3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이후 다음날인 12일 오후 다시 검찰에 출석해 10시간가량 조서를 열람했다. 조사 시간보다 조서 열람 시간이 더 길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혐의도 부인하는 상황에서 조서를 왜 그렇게 오래 검토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3차례 이어진 검찰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 자신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이나 다음날 중 검찰에 한 차례 더 자진 출석해 조서 열람을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전 대법원장의 조서검토가 길어지면서 검찰의 신병처리 결정은 다음 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크게 4가지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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