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판 키우자…들썩이는 非朴

오세훈 '신중 모드' 속 김무성 '현재로선' 단서 단 불출마
김병준‧홍준표, 親朴 결집할 경우 '통합' 명분 내걸 듯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식에 앞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등장으로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의 판이 커졌다.

황 전 총리가 현재 보수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측면에서 그의 출마는 차기 전대를 당내 대선후보 간 경쟁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그가 한때 박근혜의 남자였다는 점은 당 대표 경선이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계파 총력전' 구도로 치러지게 된다는 의미를 띤다.

두 측면에서 흥행의 청신호가 들어온 만큼 조기에 전대 출마 의사를 밝혔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출마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지 않았던 김무성 의원, 김병준 비대위원장까지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그간 오 전 시장의 대항마로 출마 여부가 변수였던 홍준표 전 대표도 황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자신의 출마 명분 역시 강해진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총리가 친박계 후보로 자리매김하고 또 계파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이끌어낼 경우 비박계의 단일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오 전 시장이다. 친박계에선 황 전 총리 외에 정우택 전 원내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진태 의원 등이 출마를 타진했었다.

오 전 시장은 갑자기 중대 변수가 된 황 전 총리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1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해 조건 없이 환영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본인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얘기할 순 없다. 형식을 갖춰서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간 출마 여부에 대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유지될 경우 도전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도체제가 자신이 원하던 대로 결정된 것과 관련, "(정해졌으니 출마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는 있는데 아직 시기를 정하거나, 할지 말지도 결정을 (안했다)"며 말을 아꼈다.

비박계에선 황 전 총리와 경쟁하기 위해선 강력한 단일후보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한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접고, 당 대표에 도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열린 토론 미래' 주최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전대 불출마 입장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만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전대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선 전초전이 너무 빨리,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은 우리가 용서와 화해, 통합해야 하는 시점에서 옳지 않다"며 결이 다른 대답을 했다. 자신의 등판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시점이었는데, 황 전 총리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가열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투영돼 있다.

비박계에선 황 전 총리가 등장한 것을 놓고, 당이 다시 계파 간 극심한 갈등의 장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가 등장하면서 통합을 강조해왔는데, 황 전 총리가 나타나 모든 판을 다시 '친박 대(對) 비박', '탄핵 찬성(對) 반대' 등의 대결구도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황 전 총리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옳은 결정이었나를 묻는 질문에 "이제는 통합을 해야 할 때"라며 동문서답 식의 답변으로 비껴갔다. 자신이 총리로, 법무부 장관으로 몸담았던 박근혜 정부를 부정할 수도, 그렇다고 탄핵에 반대해 탄핵을 찬성했던 비박계와 대립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느껴진다.

통합의 측면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출마를 점치는 기류도 생겨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에 대해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내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홍철호 의원 등 현재의 측근들이 김 위원장의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측에선 "친박과 비박, 이런 구분은 이제 끝났고 통합된 당을 대변할 새 인물이 필요하고, 그것이 김 위원장"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계파 간 맞대결로 치러 또 당의 갈등을 조장하느니, 김 위원장처럼 계파 색채가 옅은 인물이 적임자라는 얘기다.

비슷한 맥락에서 홍준표 전 대표도 '통합의 적임자'를 내세우고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새누리당과 한국당에서 각각 한 차례씩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역임한 인사가 또 전대에 나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황 전 총리가 '친박' 딱지를 붙이고 출마하면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깔려 있다.

계파 색채가 분명치 않은 홍 대표는 황 전 총리에 대해선 '도로 친박당', 오 전 시장에 대해선 '비박 후보' 등으로 공격하면서, 총선 승리의 대전제인 통합을 위한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논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로선 지난 대선 출마, 당 대표 역임, 6‧13 지방선거 지휘 등 숨 가쁘게 달려온 점도 황 전 총리와의 차별성으로 선거 캠페인의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 당이 위기 때마다 몸 사리지 않고 뛰어왔는데, 반면 황 전 총리는 편한 자리에서 쉬지 않았느냐는 공세를 편다는 얘기다.

황 전 총리의 약점으로 거론될 수 있는 '엘리트 관료 출신', '제2의 반기문', '도로 박근혜당' 등의 프레임 외에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공격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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