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贊反)'과 '무임승차론' 등 사전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권에서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친박계 대표 인사로 알려진 것과 달리, 주요 국면에서 '자기 정치' 행보만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비박계에선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황 전 총리에게도 '미필적 고의' 측면에서 국정농단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사실상 공범이고, 몰랐다면 직무유기라는 의미다.
이같은 문제들은 전대 출마와 함께 황 전 총리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 박근혜 탄핵, 찬성? 반대?…딜레마
친박계 내부에서부터 견제가 시작되면서 황 전 총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贊反)'이 꼽힌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분(황 전 총리)이 자신은 탄핵 때 뭘 했고, 탄핵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는지에 대해 자신의 스탠스를 알려줘야 한다"며 "오히려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보다도 (황 전 총리가) 대통령에게 더 모질게 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대답해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압박했다.
탄핵 국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 전 총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강성 친박계 내부에선 특검연장 거부조차 황 전 총리의 '독자행보'로 판단, 탄핵에 대한 황 전 총리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강력 반발하는 분위기다.
황 전 총리가 창원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박완수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 홍 의원 등을 겨냥해 "그럼 자신들은 탄핵 때 뭘 했는지 되묻고 싶다"며 "중진들이 가능하면 보수 결집을 위해 진중하게 말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의원은 당내 초재선 10명 안팎의 의원들과 함께 황 전 총리 지지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입장 표명은 당내 계파갈등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당권주자들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주제다. 일부 친박계 입장에선 황 전 총리가 탄핵에 반대하거나 탄핵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을 해야 함께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내 비박계와 바른미래당 등에 흩어져 있는 탄핵 찬성 세력을 포용해 보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답하기 어려워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 지지율 오르니 입당?…무임승차론 제기돼
황 전 총리의 '무임승차론' 관련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이 탄핵 사태 이후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선 참패를 딛고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황 전 총리가 이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범(凡)친박계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심재철 의원은 14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춭연해 "황 전 총리는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 사람들 때문에 모두 적폐로 몰리고 있는데도 아무런 저항이나 비판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며 "예전 몰락 책임에 대해 진정한 고백을 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9일 복당한 당권주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탄핵에서부터 시작해 이어진 선거 패배 속에서도 당을 지켜왔던 친박‧잔류파 입장에선 당권을 노리는 황 전 총리가 마뜩잖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새내기 정치인'에게 관용을 보여야 한다는 등 황 전 총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SNS(페이스북)에서 "새내기 정치인에게 넉넉함을 보이는 것은 정당의 기본"이라며 "이런 식의 견제라면 어떤 사람이 입당하고 야권대통합에 힘을 보태겠나. 우리부터 통합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황 전 총리를 감쌌다.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가 본격 당권도전을 선언할 경우, 친박계 내부 견제 이외에도 사법농단 등 박근혜 정권 관련 논란들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사법농단 혐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검찰에 소환된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재판 출석 등을 거부해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심 지연 논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소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해 진술할 경우, 황 전 총리도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