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 영화 '말모이'부터 송강호 주연의 '나랏말싸미'까지 감독 데뷔한 작가들의 활약이 어느 해보다도 기대를 모은다.
윤계상·유해진 주연의 '말모이'는 겨울 내내 외화들에 내줬던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우리말이 사라진 일제강점기, 국어사전을 집필하려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분투기를 그린 영화다.
화려한 출연진들에 비해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단촐하다. 메가폰을 잡은 엄유나 감독은 '택시운전사' 각본을 집필한 작가로 이번 '말모이'가 첫 연출 데뷔작이다.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서울 택시기사와 독일인 기자 등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려내면서 색다르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조명했다. 굵직한 현대사를 짜임새가 견고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각색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엄유나 감독의 탄탄한 서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사를 다룬 '말모이'에서도 이 같은 엄유나 감독의 장기가 그대로 발휘됐다. 조선어학회에 속한 각 인물들의 개성을 십분 살린 것은 물론이고 밀도 높은 이야기 구성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기위해 대사 하나 하나에 공을 들인 것은 이미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진 이야기다.
'나랏말싸미'는 사극 베테랑 작가 조철현 감독의 데뷔작이다. 조철현 감독은 '황산벌'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평양성' '사도' 등 작품에서 이준익 감독과 함께 작업해왔다.
'나랏말싸미'는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기까지 함께했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이다. '사도'에서 이미 인간적인 영조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송강호가 이번에는 세종으로 분해 관객들을 찾는다.
지금까지 참여한 영화들에서 조 감독은 코믹하면서도 진중한 대사를 넘나들며 재담꾼으로서의 기질을 보였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스크린 위 세종의 이야기를 완성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창작력과 각색력이 뛰어난 작가들이 감독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뛰어난 원형 콘텐츠가 부족한 영화계에서 그런 원작을 구축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작가와 연출의 역할이 명확히 나눠져 있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원래 감독들이 시나리오에 참여하고 자신이 시나리오 전부를 쓰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역할도 요구되는 것"이라고 영화 감독이 가진 특수성을 설명했다.
이어 "가장 좋은 것은 자기가 집필한 이야기를 자기가 연출하는 거다. 이미 집필 과정부터 연출 방향이 구체화 돼 훨씬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전문 작가로 활약한 감독들은 이야기 집필에 더 특화돼 있어 만약 연출력만 보장된다면 상업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는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작가 출신 감독의 장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