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당권 출마 가능성에 친박‧비박 모두 화들짝

黃, 오는 15일 공식 입당…전대 출마 ‘침묵’
사실상 당권경쟁 합류 분위기
친박‧비박, 사전견제 셈법 복잡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자료사진=이한형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오는 15일 자유한국당에 공식 입당한다. 입당과 함께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황 전 총리의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당권경쟁을 앞두고 물밑작업을 추진 중인 당내 계파들은 화들짝 놀란 분위기다.

지난 11일 한국당 입당 계획이 알려진 후 침묵하던 황 전 총리는 13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한국당에 입당하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께서 '왜 지금' 이냐고 물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이유를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다만 전대 출마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내 측근 및 일부 의원들을 통해 출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한 중진의원은 1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어제(12일) 황 전 총리가 전화 연락이 와서 '형님이 마음에 좀 걸린다'라며 양해해달라고 했다"며 "당권을 준비 중인 내게 그렇게 말하면 무슨 뜻인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내 계파들은 예상치 못한 황 전 총리의 당권 레이스 합류에 내심 놀라는 눈치다. 차기 당 지도체제 결정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 내지 '러닝 메이트' 전략 등을 구상 중이던 친박‧비박계는 모두 진행 중이던 계획을 사실상 중단한 채, 황 전 총리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지낸 황 전 총리의 출마로 직격탄을 맞은 친박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의 압승을 이끌며 세(勢) 결집을 과시했던 친박‧잔류파 입장에선, 황 전 총리가 자신들과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입당 및 출마를 고려하는 자체가 '기회주의적 행보'라는 지적이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겉으론 황 전 총리가 '친박계'인척 하면서 표를 모으고, 뒤에선 친박과 거리를 두면서 기회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은 국민적 지지도가 높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갈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재철(5선), 정우택(4선), 김진태(재선) 의원과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친박‧잔류파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당권주자들도 황 전 총리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심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당 지지율이 회복에 접어들어 좌파 권력에 맞설만해지자 무혈입성해 보스가 되려한다는 따가운 시선은 느끼지 않는가"라며 황 전 총리의 무임승차를 경계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선수끼리 제대로 경쟁해보자"고 제안했다. 정 의원도 통화에서 "지금 당 대표를 하겠단 건 당에 기반이 없으니 당 대표 프리미엄을 갖고 대선으로 가겠단 것인데, 그걸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비박계 내부에선 친박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기류가 흐르지만, 보수진영 대권주자 중 한 명인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인적쇄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김병준 비대위가 사실상 황 전 총리의 당권 가도를 열어준 셈"이라며 "조강특위의 어설픈 균형맞추기식 물갈이가 당을 탄핵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박‧복당파를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등은 여전히 전대 출마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다.

오 전 시장은 통화에서 "일단 황 전 총리가 전대에 출마하실 걸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관심과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측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TV홍카콜라' 흥행을 기반으로 외곽에서 세력을 모으고 있는 홍 전 대표 또한 전대 출마 여부엔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오는 30일 여의도 한국교직원공제회관에서 자서전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 이 자리에서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 전 총리에 이어 홍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미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의 '재등판'설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사실상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 등의 전대 불출마를 종용하면서 자신 또한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를 시작으로 후보 남발 현상이 발생하자, 김 전 대표 측근들은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전대는 각 계파의 확실한 지분을 갖고 싸웠던 기존 선거와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라며 " 비박계가 분열되면 이기기 어려운 상황인데, 김 전 대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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