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혼밥 논란'을 의식한 듯, 향후 야권과 경제계 인사들과의 스킨십 강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 최근 보름간 여당 의원·국무위원 집중 접촉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정세균·김원기·임채정 전 의장 등 민주당 원로 정치인들과 청와대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다음날엔 국무회의 구성원들과 송년 만찬을 갖고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완성 단계로 발전시키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년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고, 이달 10일 저녁에는 유은혜·김부겸·김영춘·김현미·도종환·이개호·진선미·홍종학·유영민 등 여당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다.
11일에도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는 등 연일 식사 정치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1일 "연말부터 계속해서 대통령의 만찬, 오찬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식사하면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 견해를 듣고 서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여당이 문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공격하며 '혼밥'으로 프레임을 걸자, 청와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 노영민·강기정 靑 입성으로 야권 접촉 시동
'원조 친문(親文)'으로 불리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청와대 2기 참모진에 합류하면서 문 대통령의 '식사 정치'가 야권으로 확대될 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으면 평소 저녁식사는 관저에서 김정숙 여사와 할 때가 많았다.
'올빼미형' 업무스타일로 잘 알려진 문 대통령은 관저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TV 뉴스를 시청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저녁 식사를 할 때는 김 여사도 TV리모콘을 문 대통령에게 양보한다"며 "문 대통령이 채널을 돌려가며 뉴스를 집중해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낮 동안 참모들이 쏟아낸 보고서를 꼼꼼히 읽었다. 취임 초기에는 새벽 2~3시까지 보고서를 읽은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들이 관저에 간간이 여야 정치인과 경제계 인사들을 초청해 술을 겯들인 저녁식사를 한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잠들기 전까지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 업무 이해력을 높였다.
다만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첨예한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폭넓은 소통과 스킨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문희상 의장은 지난달 오찬에서 문 대통령에게 "혼밥하시우?"라고 물으며 야권 인사들을 많이 만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10일 진행된 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오찬에서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에게 "야당 의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일단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식사 정치' 횟수를 늘린 것도 여권 내 조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노 비서실장에게 "정책실장만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비서실장도 만나야된다"고 지시하고, 노 실장 역시 임명 소감에서 "모든 것을 경청하겠다"고 밝히면서, 2기 청와대의 소통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민주당 원내대표단 오찬에서 "올해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정착시키고 활성화하겠다. 2차 상설협의체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열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정례화할 물밑 '식사 정치'도 본격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