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방조'도 범죄…"美 나사르법 도입하라"

미 체육계 "무조건 신고", 알고도 신고 않는 '불고지죄'도 처벌
"가해자 영구 퇴출해야 피해자들 용기 내 신고"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심석희 선수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체육계 내부 범죄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가해자 처벌 강화와 체육계 퇴출을 통한 신고 여건의 조성, 그리고 강제력을 통한 신고 의무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 미국, 나사르 사건 이후 "폭행·성폭행 알게 되면 무조건 신고·보고하라"

'쉬쉬'하는 체육계 범죄를 막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신고 의무화'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선수 출신 장달영 변호사는 "미국 체조협회에서 일명 '팀 닥터'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미 의회가 가장 먼저 한 조치가 범죄를 알게 된 경우 반드시 보고하거나 신고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미국 체조국가대표팀 전 주치의 래리 나사르는 30여 년간 여자 체조선수 300여 명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사실상 종신형을 받았다.

이후 미국 체육계는 나사르가 수십년간 저질렀던 행각을 체조협회나 지도자, 선수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신고나 폭로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장 변호사는 "지난 2017년 미 의회는 연방법으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인준을 받은 미국 스포츠단체의 관할을 받는 모든 시설에서 폭행이나 성폭행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될 경우, 관계기관에 보고하거나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며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재범 코치 사건도 다른 선수나 코치가 분명 알았을 텐데 모른 척했을 것"이라며 "만약 처음부터 폭행이 일어났을 때 주위에서 협회나 연맹에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윤리교육 교재에는 폭행 피해를 받으면 신고하라고는 하는데 이는 교육자료일 뿐, 신고가 의무도 아닐뿐더러 신고하지 않았다고 제재하지도 않는다"며 "강제력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침묵의 카르텔을 깨려면 강제력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촉구했다.

◇ "가해자 다시 못 돌아와야 용기 내 신고 가능"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선 신고 의무화와 함께 신고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해자 처벌 강화와 복귀 금지 방안도 제시됐다.

신고자가 용기를 내 신고를 하기 위해선 가해자가 체육계에 발을 다시 붙이지 못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률사무소 서한의 조현삼 변호사는 "피해가 발생해 신고가 들어오고 증거가 확보되면 처벌에는 문제가 없는데, 정작 문제는 좀처럼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피해자들은 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 보니 보복 등을 우려해 고소나 고발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고소를 하고 처벌까지 이어졌을 때 가해자들에게 철저한 징계가 내려진다면 2차 피해 때문에 고소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체육계에선 워낙 은밀하게 범죄가 이뤄지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기도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긴 제재나 영구제명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형법 303조가 규정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조 변호사는 "만약 이 조항의 처벌이 강화된다면 체육계뿐만 아니라 직장 등 위계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곳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대해 형량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중되는 쪽으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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