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처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는 지난해 사법부 역사상 없었던 시련을 겪으며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 시련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촉발한 사법농단 의혹으로 김명수 대법원이 겪고 있는 내홍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조 처장은 "우리는 지난 시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잘못에 대해 진정으로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했습니까", "개인의 성향과 법관의 양심을 혼동하거나,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부여된 법관의 독립을 특권으로 인식하며 기댄 적 없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무릇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수많은 사연들을 안고 법원을 찾은 사람들을 법대 위에서 내려다보아만 왔다"고 꼬집었다.
조 처장은 이어 "이제 우리의 시각과 관점은 우리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국민들의 시각과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가까운 곳과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처장 취임식이 열리기 불과 한 시간 전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농단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해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제 책임"이라며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재판거래와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부인했다.